봇물 터진 메신저 피싱 ”친구를 조심해…”

  • 입력 2009년 7월 14일 15시 03분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상반기 1400여건 신고, '송.금' '계.좌' 등 편법으로 경고 피해

"지금 급한 일 때문에 지갑 없이 나왔거든…, 여유 돈 있으면 50만원만 보내봐"(메신저 친구A)

만일 친한 친구로부터 이 같은 전갈을 받고 실제 대화까지 나눴다면 쉽게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국내 대표적인 메신저인 네이트온과 MSN을 이용한 '메신저피싱'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7년부터 본격화된 중국발 '보이스피싱'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대신 그 후폭풍이 이제는 메신저로 몰려든 형국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NETAN)는 최근 올해 상반기 접수된 메신저 사기 건수를 약 1400건으로 집계했다. NETAN관계자는 "신고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며 "메신저를 이용한 송금 요청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메신저 사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이 지난해 연말쯤인 것을 고려하면 보이스피싱이 신종 수법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뜻한다.

●업체 "줄고 있다"vs 경찰 "늘고 있다"

메신저는 국내 이용 인구가 약 2000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인터넷 대표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SK커뮤니케이션의 네이트온(1600만, 월 순 UV기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MSN(500만)이 대표적인 메신저피싱의 목표물이다.

메신저피싱이란 보이스피싱과 유사하게 '누군가를 사칭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행위'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친구를, 그것도 '온라인에 친근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훨씬 지능적이다.

사기 과정은 보이스피싱에 비해 대폭 간소해졌다. 훔친 메신저 ID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해 그와 연결된 지인들에게 소액(보통 50만원-300만원)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보이스피싱이 피해자를 은행 ATM기계 앞으로 불러들였다면 메신저피싱은 그 자리에서 '인터넷 뱅킹'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단 수 분만에 결판이 난다는 점.

5월 중국에 있는 친구와 메신저를 나눈 김명철 씨(29)는 "중국에 유학을 간 친구가 급하다며 돈 100만원을 보내달라고 하기에 재빨리 인터넷 송금을 해줬다"며 "당시에는 사기인지 몰랐는데 그가 한국에 돌아온 최근에야 메신저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가 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메신저 자체가 갖고 있는 '대화적 속성'에 기인한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보영 박사는 "누리꾼들은 메신저 그 자체를 실시간 대화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통한 추가 검증 이유를 느끼지 못 한다"며 "메신저 비밀번호는 기존의 포털 사이트 비밀번호와 완전 다르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업체 감시 피해 '입.금', '계.좌' 등의 표기 등장

물론 메신저 업체에서 신종사기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네이트온이나 MSN의 경우 메신저 대화창에 돈을 빌려달라는 등의 내용이 포착되면 "지인을 사칭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전 요구 시 전화로 반드시 확인바랍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떠오른다. 이 밖에도 신고된 중국 IP의 경우 상대방에 '위험경고'를 보내는 등 피해확산 방지에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신희정 과장은 "꾸준한 관리로 메신저 사기가 줄고 있다"며 "치밀한 대응 조치가 점차 효과를 보고 있다"고 경찰과는 상반된 견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같은 업체 측의 경고조치는 '입.금' 이나 '계.좌' 등의 편법 표기만으로 간단하게 무력화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메신저 이용자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사기시도가 빈발함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모아진다. 실제 경찰은 "피해사실이 없으면 처벌이 안 된다"는 뻔한 답변만을 되풀이해왔다. 때문에 신고접수가 안된 피해까지 포함한다면 상반기에 신고 된 1400여건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사기꾼 계좌로 1원 혹은 '18'원 이라도 입금해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이 말하는 메신저피싱 감별법

1. 반말하는 투로 급하게 돈 빌려달라는 호출

2. 전화를 회피하며 타인의 계좌번호를 알려줄 시

3. '이.체' '계.좌' '송.금' 등 기이한 표현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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