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급속 붕괴… 충격에 싸인 자민당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13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포스터에서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경기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잇단 악재 속에 벼랑으로 몰린 그는 이날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30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일본 도쿄 자민당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포스터에서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경기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잇단 악재 속에 벼랑으로 몰린 그는 이날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30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도쿄선거로 본 日총선 전망

아소총리 장악력 떨어져 당총재-총리 분리론 제기… 日 안정이냐 변화냐 갈림길

일본 차기 중의원 선거가 다음 달 30일로 결정됨에 따라 일본의 정권교체 여부가 향후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로선 12일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은 다시 야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민주당은 이미 참의원을 장악하고 있다.

아소 총리의 최후 승부수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당초 도쿄도의원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국회해산과 다음 달 초 총선을 강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기 해산은 필패라며 결사적으로 반발하는 당내 다수 의견을 꺾지 못하고 다음 달 말 총선으로 물러섰다. 일부 각료는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더라도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각료 서명’을 거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며 반발했다. 총리의 정부 여당 장악력이 떨어진 것이다.

다음 달 30일로 예정된 총선은 아소 총리로서는 당내 퇴진 압력을 피하는 길이었고, 당내 다수 의원들로선 질 게 뻔한 조기총선 반대 주장을 관철한 타협안인 셈이다. 당 간부들에게 다음 달 말 총선 일정을 먼저 제안한 쪽도 아소 총리였다. 그러나 자민당의 소장 및 중견 의원들은 여전히 “아소 총리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총선 이전에 당 총재 선거를 치러 간판을 갈자는 주장을 펴고 있어 아소 총리의 정국주도 승부수가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당 총재-총리 분리론도 제기되고 있다.

확인된 ‘바꿔 열풍’

12일 도쿄도의원 선거 결과는 자민당 지지층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날 아사히신문이 투표자를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 지지자 가운데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자민당 지지자마저 절반 이상이 내각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와중에 자민당에서는 아소 총리의 퇴진 여부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민주당이 42개 선거구 가운데 38곳에서 1위로 당선됐다는 점이다. 도쿄도의원 선거는 소-중-대선거구가 섞여 있지만 총선은 소선거구만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민당으로선 전례 없는 참패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원이 1명인 소선거구 7곳에서 민주당은 6승 1패로 압승했다. 아울러 20∼7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 남녀 유권자 모두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을 앞섰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불안을 넘어 충격에 휩싸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시작된 총선 정국

일본은 이미 자민당의 안정이냐, 민주당의 변화냐,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아소 총리는 13일 여당 간부회의에서 다음 달 말 총선을 결정하면서 “민주당은 정권교체만을 외칠 뿐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 무책임한 민주당에 일본을 맡길 순 없다”며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분투하자”고 전의를 다졌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날 중의원에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참의원에 총리 문책 결의안을 제출했다. 기존의 자민당 우위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국을 급속히 총선 국면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중의원 해산::

임기 4년이 만료되기 전에 총리가 중의원 의원의 지위를 일제히 박탈하고 중의원 기능을 정지시키는 정치적 행위다. 현행 헌법 아래에서 중의원 해산은 20회 실시됐다. 이 중 의회의 내각 불신임 결의에 따른 해산은 4차례였다. 헌법은 해산을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른 일왕의 국사에 관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해산은 총리 권한으로, 총리가 각료 전원의 서명을 받아 일왕의 재가를 받으면 중의원 의장이 본회의에서 해산을 선언한다. 해산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중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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