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 축하인사 나눴는데… 추락사 못 믿어”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선배 산악인 오은선씨 몸져 누워

“선배, 축하해요.”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3·블랙야크)는 이 말이 후배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0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등정에 성공한 그는 하산 도중 정상에 오르던 고미영 씨에게서 축하 인사를 들었다. 오 씨는 “미영이도 꼭 성공하고 무사히 돌아와”라고 격려했다.

고 씨가 정상 정복에 성공한 오후 5시 30분경(한국 시간 8시 30분). 오 씨는 캠프4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후 11시에 고 씨에게서 ‘하산을 도와 달라’는 무전이 왔다. 오 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갖고 있던 로프와 산소통, 물 등을 정상 정복에 나서는 다른 등정 팀을 통해 전달했다.

오 씨는 11일 고 씨가 무사히 캠프4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오후 8시경 베이스캠프에 다시 다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고 씨가 오후 7시 반경 캠프3에서 캠프2로 하산 중 메스너 루트 쪽으로 추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오 씨는 “불과 얼마 전에 인사를 나눴던 미영이가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12일 가셔브룸Ⅰ(8068m) 등정을 위해 떠날 예정이던 오 씨는 모든 의욕을 잃었다. 13일 현재까지 베이스캠프에 몸져누워 있는 상태다.

외부에서는 오 씨와 고 씨가 여성 산악인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 완등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는 산악 선후배 사이였다. 히말라야 고봉을 오를 때마다 사전에 날씨 등 정보를 교환했다. 13개봉 등정을 마치는 7월 말 귀국해 마지막 14번째 안나푸르나(8091m)는 함께 오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고 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오 씨의 등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헬기 진입 안돼 수습 지연

한편 13일 오전 재개될 예정이던 고 씨의 시신 수습은 좁은 계곡 안으로 헬리콥터가 들어가지 못해 이뤄지지 못했다. 현지 팀은 이르면 14일 구조대를 직접 파견하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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