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메스’로 암세포 싹둑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고강도 에너지 쏘는 하이프 나이프, 말기암치료 효과

초음파를 이용해 상처 부위에 피가 한 방울도 나지 않게 암을 제거할 수 있을까.

간, 신장, 심장 이상이나 태아상태 검사에 사용되는 초음파가 수술용 메스를 대신하는 기기로 변신했다. 인하대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성모자애병원 등 4곳에 있는 ‘하이프 나이프(HIFU knife)’가 바로 그것.

하이프 나이프는 암이 발생한 조직과 환자 면역력 상태에 따라 섭씨 55∼70도의 고강도 집속 초음파 에너지(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를 종양 부위에 쏘는 치료법이다. 조직만 선택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치료 후 사진을 보면 마치 칼로 도려낸 것 같아 나이프라는 단어를 붙였다.

하이프 나이프는 칼이나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다. 다른 암 치료법에 비해 시술 중이나 시술 후에 합병증과 후유증이 적고 임산부에게도 시술할 수 있을 만큼 기존 방사선 치료기기에 비해 인체에 무해하다.

하이프 나이프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췌장암, 간암, 자궁근종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뼈 종양, 신장암, 유방암, 전립샘암, 갑상샘암, 대장암, 말기 암환자 통증 완화용으로 치료 부위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특히 말기 췌장암으로 통증이 심할 때 통증 완화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혜택이 없어서 치료비가 자궁근종은 약 300만 원(6회 치료), 췌장암과 간암은 1000만∼1200만 원으로 비싼 것이 흠이다. 공기가 많이 있는 부위나 뼈를 싸고 있는 조직은 초음파가 도달하지 못해 위암, 폐암, 뇌종양에는 사용할 수 없다. 하이프 나이프는 대개 한 번에 1시간씩 3회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인하대병원 하이프센터에 초청돼 췌장암 하이프 시술 시연회를 가진 황주하 워싱턴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기 암은 메스로 수술하는 것이 좋고, 말기 암은 하이프 나이프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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