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풀무원건강생활 사장 인터뷰

  • 입력 2009년 7월 11일 23시 03분


최초로 보험 영업 방식 건강식품 판매에 도입
“식품 회사는 영업 이익만 생각해선 안돼”
5년 내 5배 성장 목표로 중국 시장 노크

"유기농 딸기농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딸기에 병이 든다면 어떻게 할까요? 일단 병이 돌기 시작하면 1주일 안에 딸기는 다 죽습니다. 그러나 한번 농약을 치면 괜찮아요. 몰래 농약을 뿌릴까요, 아니면 딸기를 포기 할까요?"

서울 수서동 풀무원건강생활 본사에서 8일 만난 이규석 사장(57)은 식품 회사가 지켜야 할 '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녹즙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녹즙 외에도 유기농 건강 음료, 영양제, 자연화장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생활 방식인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이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철학이다.

"한번 농약을 치면 두 번 세 번 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선을 긋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풀무원이 그걸 잘했다고 생각 합니다. 풀무원 두부 콩나물은 10년 간 적자였지만 10년을 버티어내 이제는 궤도에 들어서게 됐어요."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풀무원건강생활이 최근 준공한 충북 증평의 녹즙 공장도 중앙집중식 냉동 설비와 친환경 냉매 암모니아, 지능형 수배전반 시설을 설치해 온난화 지수를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친환경으로 설계돼 주목받았다. 녹즙에 사용하는 야채들은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관리한다고 한다.

이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84년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이 많았던 풀무원 남승우 사장(현 풀무원홀딩스 대표이사)이 그에게 판매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이 사장이 보험처럼 주부를 판매원으로 하는 방문 판매의 모델을 적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당시만 해도 방문 판매는 주로 남성의 영역이었다.

이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고 10개월 동안 매달 20-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그는 이후 남 대표의 권유로 아예 풀무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풀무원건강생활에는 1만 5000여 상담사(HA: Health Advisor)가 활동 중이다.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5년 전부터 매장 판매도 한다. 현재는 전체 매출 900억 원 가운데 방문 판매가 60%, 매장 판매는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입사 후에도 건강기능식품 업계 최초의 ISO 인증, 생식업계 최초의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듯 이 사장도 '워커홀릭(일중독증)'이다. 풀무원 창립 멤버로 3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일해 오면서 쉰 날은 추석, 설날 정도라고 했다.

"지금은 보너스도 나오지만 초창기엔 급여가 많지 않아서 월급을 몇 년간 집에 못 가져다줬어요.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도 잦았고. 다행히 아내는 교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죠. 고생했다는 얘기는 잘 안하는 사람인데 이제는 '그때 참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대학 때 미팅으로 만난 여대생이 지금의 부인이라고 한다. 몇몇 인터뷰에서도 다뤄졌지만, 그는 해병대 출신으로 해병대 장교 출신 모임인 청룡회 부회장을 맡아 사회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사건은 그가 해병대에 입대하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병에 자원입대 하면서 대학 때 알았던 여성들에게 단체 편지를 보냈는데, 아내가 답장을 했어요. 다시 만나보니 귀엽고 괜찮은 아가씨였어요. 군대에 가 있는 2년 반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애를 했죠. 만약 다른 사람이 답장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결혼은 우연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아내는 그때 그 편지가 단체 편지인 줄은 모르고 있는데, 이거 큰일 났네."

이 사장의 다음 목표는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이다. 그는 "최근 풀무원 전체가 5배 성장하는 목표를 잡고 5년 내에 5조 원 매출 신장을 하자고 결의했다"며 "이를 위해 중국 시장에 노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정도 준비를 거쳐 2010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의 우수한 건강식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또한 "단순히 건강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를 벗어나 종합 건강관리 업체를 지향해 연말쯤 고객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운동과 식단 구성, 건강기능 식품 섭취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석 사장은…

1952년 경기 김포 출생. 76년 한양대 정외과 졸업. 78년 동 대학원 석사. 82년 흥국생명 입사. 84년 풀무원식품 입사. 91년 내추럴하우스 대표. 96년 풀무원 대표. 97년 풀무원생활 대표. 99년 풀무원테크 대표. 2003년 풀무원 식품부문 사장. 2007년 풀무원건강생활·올가홀푸드 사장(현).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