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회복 지연 우려 확산…2차 부양책 목소리 커진다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주가-유가↓… 국채-달러↑
정부도 “경제 상황 오판”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기회복 이후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는 급속도로 수그러들고 있다. 주가와 유가가 급락하고 미 국채와 달러화 가치가 다시 오르는 등 국제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의 각종 지표도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 우려는 미국의 고용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폭됐다. 2일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1983년 8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9.5%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계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7일 미국은행가협회(ABA)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신용카드 연체율은 6.6%를 나타내 작년 4분기(10∼12월) 5.5%보다 크게 높아지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기지 외에 주택을 담보로 받은 가계대출(홈 에쿼티 론) 연체율도 작년 4분기의 3.03%에서 올 1분기에는 3.52%로 높아졌다. 자동차대출 등 8개 대출 분야를 합친 소비자대출 연체율은 작년 4분기 3.22%에서 올 1분기에는 3.23%로 높아져 역시 사상 최고치를 보이며 4분기째 상승했다.

소비 감소로 기업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4∼6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7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8,163.60까지 밀리며 8,200 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11일 작년 10월 20일 이후 가장 높은 72.68달러까지 올랐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7일 62.93달러까지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미 국채 가격과 달러화 가치는 다시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로라 타이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올 2월 의회가 승인한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은 규모가 작았다”며 “미 경제는 1차 부양책을 마련할 때보다 더 아픈 병자”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경제회복위원회(ERAB) 위원인 타이슨 교수는 “1차 부양책의 효과가 너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초점을 둔 2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는다면 1930년대 ‘대공황’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앞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주말 ABC방송에 출연해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킬 때 실업률이 두 자릿수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추가 부양책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미국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해 오판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7일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경제지표를 항상 제대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오판을 했다기보다는 정보가 불완전했다”고 해명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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