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시한폭탄’ 2개 더 있다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유예됐던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내년 시행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조항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법을 시행할 경우 비정규직법보다 더 큰 충격이 될 것으로 보고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의 시각차가 워낙 큰 데다 정치권의 사회적 갈등 조정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워 ‘제2의 비정규직보호법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 법 개정과 시행 유예의 갈림길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1997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사정의 합의로 5년씩 두 차례, 2006년에 추가로 3년 등 모두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돼 왔다. 이번에는 더 유예할 게 아니라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지만 노동계와 재계, 노동부의 시각차가 뚜렷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내려면 7월까지는 합의가 돼야 하는데 노사정 간의 의견차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에 대한 의견차가 가장 크다. 노동계는 현행 법조항을 없애고 그 대신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현행대로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는 임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노동운동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복수노조에 대해 노동계는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과 교섭권을 동시에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더라도 교섭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기획홍보본부장은 “복수노조 허용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기득권을 갖고 있는 노조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계가 명분상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 정기국회에서 정국변수 될 듯

노사정위는 이달 중으로 실무협의를 계속할를 결론 낼 계획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노사정위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무엇보다도 노사정위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는 당초 6월 말까지 합의안을 내기로 했지만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가 노동계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논의가 늦춰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개정 때도 노사정위가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노사정위 역할이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면서 “정부에서조차 노사정위 무용론을 제기하면서 회의 불참자가 늘어나는 등 내부에서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출신의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은 이르면 이달 안에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 조항 등을 삭제하는 법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그는 8일 국회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노동부도 노사정위 논의내용을 담아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낼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올 정기국회에서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외에 노동 문제가 정국의 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제출되더라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8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도 또한 변수다.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의원은 “정규직 중심의 양대 노총에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문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상임위가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준모 교수는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미리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며 “비정규직법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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