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의 ‘흑진주 자매’ 비너스(29)와 세리나 윌리엄스(28·미국). 이들은 6일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맞붙어 우승(세리나)과 준우승(비너스)을 나눠 가진 뒤 복식 정상까지 휩쓸었다. 메이저대회 18승을 합작한 이들은 ‘형제 선수(Sports Siblings)’의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포츠 무대에서 같은 길을 걸으며 가문의 영광을 이룬 경우는 많다. 하지만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단체 종목이 대부분이다. 윌리엄스 자매처럼 테니스나 골프 같은 개인 종목에서는 드물었다. 같은 피를 타고나도 신체조건, 기량 등에선 차이가 있다. 부모로서는 ‘동족상잔’으로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될 성 부른 떡잎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마련이다.
스포츠 심리학자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형제끼리의 경쟁은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부른다. 둘 다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힘들며 패자는 후광에 가려 무대 뒤로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나’ 아닌 ‘누구의 동생(또는 형)’으로 불리는 데 따른 스트레스도 심하다.
윌리엄스 자매는 20여 년 전 빈민가에서 아버지에게 테니스를 배웠다. 서로를 평생의 파트너이자 라이벌로 여기며 혹독한 훈련 과정을 견뎠다. 치열한 경쟁 심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산했다. 세리나는 “처음 라켓을 잡는 순간부터 언니와 정상을 다투게 될 날을 꿈꿨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포츠 형제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야구에서 정수근 수성, 조동화 동찬 등이 뛰고 있다. 프로농구는 쌍둥이 조동현 상현, 귀화 선수 이승준 동준 정도다. 역도에서 장미란 미령도 주목받았다. 이들은 둘 중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