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형제’는 파트너? 라이벌?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같은 수준 성장 힘들고 패자 상처 커… 윌리엄스자매는 성공 사례

테니스 코트의 ‘흑진주 자매’ 비너스(29)와 세리나 윌리엄스(28·미국). 이들은 6일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맞붙어 우승(세리나)과 준우승(비너스)을 나눠 가진 뒤 복식 정상까지 휩쓸었다. 메이저대회 18승을 합작한 이들은 ‘형제 선수(Sports Siblings)’의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포츠 무대에서 같은 길을 걸으며 가문의 영광을 이룬 경우는 많다. 하지만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단체 종목이 대부분이다. 윌리엄스 자매처럼 테니스나 골프 같은 개인 종목에서는 드물었다. 같은 피를 타고나도 신체조건, 기량 등에선 차이가 있다. 부모로서는 ‘동족상잔’으로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될 성 부른 떡잎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마련이다.

스포츠 심리학자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형제끼리의 경쟁은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부른다. 둘 다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힘들며 패자는 후광에 가려 무대 뒤로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나’ 아닌 ‘누구의 동생(또는 형)’으로 불리는 데 따른 스트레스도 심하다.

윌리엄스 자매는 20여 년 전 빈민가에서 아버지에게 테니스를 배웠다. 서로를 평생의 파트너이자 라이벌로 여기며 혹독한 훈련 과정을 견뎠다. 치열한 경쟁 심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산했다. 세리나는 “처음 라켓을 잡는 순간부터 언니와 정상을 다투게 될 날을 꿈꿨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포츠 형제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야구에서 정수근 수성, 조동화 동찬 등이 뛰고 있다. 프로농구는 쌍둥이 조동현 상현, 귀화 선수 이승준 동준 정도다. 역도에서 장미란 미령도 주목받았다. 이들은 둘 중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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