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같은 母子… 위험한 욕망의 끝은?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9일 개봉 ‘세비지 그레이스’

죽은 강아지의 목줄을 간직하는 주인은 정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9일 개봉하는 ‘세비지 그레이스’에서 주인공 안토니(에디 레드메인)는 어머니 바버라(줄리앤 무어)가 죽은 애견의 목줄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아들은 그 한 가지 사소한 사실에 기대 히스테릭한 어머니가 내심 여리고 따뜻한 사람일 것이라 믿으며 마음 기댈 곳 없는 그녀를 상냥히 보살핀다.

하지만 목줄을 간직하는 것은 강아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근거가 빈약한 믿음이 착각으로 밝혀지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 파국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72년 11월 영국 런던 시내 고급 맨션에서 26세 아들이 50세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합성수지를 발명한 조상 덕에 돈 걱정 없이 세계를 여행하며 살던 이들 모자는 연인에 가까운 비정상적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스토리는 퇴폐적이지만 카메라는 자극적 묘사를 피하며 한 가정의 몰락을 차분히 따라간다. 상냥한 표정으로 날 선 모독을 주고받는 사교계의 위선 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연출도 인상적이지만, 관객을 흡인하는 백미는 여주인공 무어의 호연이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들을 대리 남편으로 삼아 아슬아슬하게 연명하는 이 위험한 여인을 무어는 영화 제목 그대로 ‘야만스러운 우아함’을 담아 빚어냈다. “백발이 되고 가슴이 늘어져도 나를 계속 사랑해 줄래?” 아들과 어머니의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대사가 그녀의 연기를 통해 묘한 설득력을 얻는다. 18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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