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협상은 국회 전면 登院뒤에 할 일이다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원내대표가 어제 회담을 갖고 비정규직보호법과 미디어관계법안 해법 찾기를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민주당이 요 며칠 사이 협상에 일말의 관심을 보여 ‘혹시나’ 변화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기대를 걸었으나 ‘역시나’였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수정 제안까지 내쳤다. 미디어법 역시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자는 제의를 거부했다. 기존 태도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취임 1년을 맞은 어제 “비정규직법 개악(改惡)이나 언론악법 추진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잘못된 길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심지어 “미디어관계법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지분을 조정하는 건 타협이나 양보의 대상이 아니다. 대기업과 족벌언론은 방송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새로운 방송이 생기면 민주당과 유착한 MBC 같은 기존 방송이 ‘편파성, 방만성, 경쟁력 부족’ 때문에 무너질 것이 겁난다고 고백하는 편이 오히려 솔직할 것이다. 메이저 신문이 대의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민주당을 비판한다고 해서 족벌언론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행태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안에서 거듭 양보를 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오로지 정부 여당을 굴복시키려고만 든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법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한 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을 ‘개악’이라 몰아붙이고, 세계의 추세와 시대 흐름에 맞게 신문과 방송의 진입 장벽을 없애고 미디어산업 발전 방안을 찾자는 미디어법을 ‘언론 악법’이라고 삿대질한다.

정 대표는 1년 전 대표 당선 때 “싸울 것은 싸우고, 도울 것은 돕겠다”는 대안 야당론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여당을 상대로 싸움만 벌였다. 도운 것이 있으면 스스로 밝혀보기 바란다. 국가의 미래와 선진화에 필요한 법안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민생 관련 법안까지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가로막았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동원하고 의정 사상 가장 긴 19일 동안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명색이 공당(公黨)이면서도 국회는 외면하고 길거리 세력들과 어울려 장외집회를 하고 다녔다.

민주당이 진정 협상에 관심이 있다면 아무 조건 없이 즉시 등원(登院)해 모든 법안을 관련 상임위에 상정한 후 논의하는 것이 바른 해법이다. 대화와 타협을 하되, 타협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선 다수결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정 대표 스스로 집권당 시절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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