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맨탈 투자 강의]버핏은 왜 시세 단말기를 안볼까?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시황에 일희일비 않고 장기투자”
투자자 관심이 시들해진 요즘이 적립식 장기투자 시기론 ‘딱이야’

최근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1568만 개를 고점으로 12월 말 1431만 개, 올해 5월 말 1341만 개로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왔다. 이 같은 계좌 수의 감소는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을 시작한 지난해 중반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증시의 중장기적인 하락이 예상됐던 만큼 신규로 설정되는 계좌 수가 만기가 되는 계좌 수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의 본질은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나 하락할 때 관계없이 매달 일정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고점에는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고 저점에는 겁이 나서 투자를 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오류를 예방하기에 적합하다. 매월 자동으로 납입함으로써 투자자의 감정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투자의 효율성도 높이자는 차원이다.

적립식 투자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도록 도와주는 기능도 한다. 가령 매월 적립식으로 납입하고 있는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존 투자에 대한 손해는 ‘이미 일어나서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인다. 그 대신 ‘지금부터 투자하는 부분은 더 싼값에 투자를 하는 셈이지. 한 번에 투자하지 않길 잘했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까지 투자한 것은 매우 잘한 것’이라고 자찬을 한다. 물론 ‘처음부터 갖고 있는 돈을 한꺼번에 다 투자할걸’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매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투자 결과를 놓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는 것을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 시스템, 즉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방어기제 중에서도 합리화(rationalization)에 해당한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마음이 시장만큼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또 개별주식에 직접 투자했을 때만큼 적립식 투자자들은 투자성과를 자주 조회하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시황을 참을성 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가 부동산이나 다른 실물 자산투자보다 어려운 것은 바로 매시매초 조회하면 시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를 확인하면 할수록 투자자들의 마음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사무실에 시세 단말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종일 시세를 보며 일희일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적립식 투자는 많은 투자자가 마음을 ‘덜 졸이며’ 투자하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앞으로의 전망마저 안 좋아 보이면 납입을 중단한다. 반대로 시장이 상승하고 계속 좋을 것으로 예측될 때 더 많은 돈을 넣기 원한다. 근시안적인 투자 방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은퇴한 미국의 유명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칵테일파티에 가서 느낀 경험담을 바탕으로 ‘칵테일파티 이론(cocktail party theory)’을 만들었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직업이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하면 많은 사람이 자기 주위로 모여 든다. 투자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그때는 많은 사람이 이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모여든 사람들이 자기가 보유한 종목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면 투자자가 많은 정도를 넘어 시장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뜻이 된다. 조정이 예상되는 것이다. 반면 시장이 약세일 때는 자신이 펀드매니저라고 밝혀도 사람들은 이내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린다. 일반 대중이 투자에는 별 관심이 없는 시기로, 이때는 신규 투자를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칵테일파티에서 자신의 인기가 높을 때는 매도를 고려할 시점, 자신의 인기가 없을 때는 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필자가 요즘 모임에 나가면 사람들은 주식투자에 관한 얘기를 전에 비해 많이 꺼린다. 간혹 주식에 관한 대화도 나오지만 대부분 그간의 손실에 대한 푸념뿐이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이렇게 감소하는 것을 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시장에서 많이 떠나 있다. 적립식 투자를 하는 시점은 언제라도 좋지만 조금 더 나은 시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이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