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은 이런 것’ 진짜 렌트를 경험하고 싶다면

  • 입력 2009년 7월 5일 15시 47분


‘원조’를 찾는다는 일은 연병장에 도열한 사병들 사이에서 내 아들 찾기와 비슷하다. 그 놈이 그 놈인데, 바로 ‘그 놈’을 찾는 일이다.

원조는 일종의 권위다. 그 권위에 한 숟가락 담그기 위해 수많은 원조가 가지를 친다. 원조가 원조를 낳고, 원조는 사돈의 팔촌까지 확장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은 원조를 믿지 않는다.

장충동 족발집의 가게마다 내걸린 원조 간판을 보며, 서울 한복판에 놓인 원조 XX메밀국수집을 보며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원조가 판을 치지만, 원조는 없는 세상.

그 놈이 그 놈이지만 ‘바로 그 놈’은 보이지 않는 세상.

그래서 이번 뮤지컬 렌트는 반가움보다 고마움이 앞서는 공연이다.

원조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 렌트는 원조다. ‘오리지널’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뮤지컬 렌트는 죽기 전에 의미 있는 음악을 남기고 싶은 로저를 중심으로 친구들인 마크, 미미, 모린, 조앤, 엔젤, 콜린스 등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라고?

당연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그대로 들어다 현대 뮤지컬화한 것이 렌트니까. 렌트가 초연된 것은 1996년. 작곡자 조나단 라슨은 감독 그레이프와 함께 배우들 오디션에 직접 참여했다. 자신의 작품에 딱 들어맞는 목소리를 손수 고르기 위해서였다. 주인공 아담 파스칼(로저)과 안소니 랩(마크)이 최종적으로 뽑혔다. 이들은 훗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렌트 관객이 뽑은 최고의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라슨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작품을 여러 번 뜯어 고쳤다. ‘할로윈’을 비롯한 일부 곡들은 아예 안소니 랩의 목소리 톤에 맞춰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들 초연 멤버들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출했을 때도 어김없이 함께 했다.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은 2005년 영화로 만들어진 렌트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자, 어떠신가. 그 동안 숱한 ‘무늬만 오리지널’에 속아 온 당신이라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원조의 손맛을 기대해도 좋지 않겠는가.

안타까운 일도 있다. 렌트의 각본과 작곡, 작사를 주도한(무려 7년이었다!)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1996년 1월 25일 오프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둔 바로 전 날 대동맥혈전으로 숨졌다. 그의 나이 불과 서른다섯.

초연 당시 관객들은 막이 내리자 “고마워요! 조나단 라슨”을 외치며 오래도록 극장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해 렌트는 토니상 4개 부문, 퓰리처상, 오비에상을 휩쓸었다.

이번 오리지널 렌트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기획사 뉴벤처엔터테인먼트는 ‘렌트 서포터즈’를 모집했다. 본래 10명가량을 뽑으려 했는데 1000여 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려 30여명을 선발하게 됐다. 렌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부지런함을 갖춘 진짜 골수 마니아들이다.

뮤지컬 렌트는 9월 8일부터 20일까지 여의도 KBS홀에서 16회 공연을 한다. 렌트 마니아를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단장한 렌트석은 이미 전석 매진. 7월 7일부터 2차 티켓을 오픈한다.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동시에 전해 드린다. 굿 뉴스는 사상최강의 로저와 마크인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이 16회 공연에 전회 출연한다는 점. 배드 뉴스는 이번이 이들 오리지널팀의 마지막 월드투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세상에 또 하나의 ‘원조’가 사라지는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 뉴벤처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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