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인천도시축전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총 소요예산 1360억중 990억 자체조달해야
인허가 - 수주 걸린 업체들 ‘울며 겨자먹기’ 후원금

다음 달 7일부터 80일간 인천에서 열리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가 무리한 후원금 요구와 입장권 판매로 눈총을 받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00억 원대의 후원 및 기부금을 받고 있어 기업체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위는 시비와 국비만으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국제적인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협찬 등을 통해 필요한 예산을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인허가나 공사 수주, 우호적인 관계 유지 등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후원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무리한 후원 요구로 기업 부담

인천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10여 개 건설사는 수천만∼100억 원의 후원금을 내거나 입장권을 구입했다. 실제로 인천지역 공사가 많은 A건설사는 조직위에 100억 원을 후원하고 협찬비용 40억 원을 별도로 냈다. 기업 홍보관을 짓는 데 100억 원이 들고 운영비로 3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모두 170억 원 정도를 후원하는 셈이다.

B건설사도 도시축전에 80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기업 홍보관을 짓는 데 30억 원을 쓰고 20억 원은 현금으로 냈다. 나머지 30억 원은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에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건설사들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경제자유구역 개발, 도심재생사업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인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인천시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거액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는 기업홍보관을 지으라는 요구에 따라 모델하우스를 짓는 비용과 맞먹는 돈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사 뒤 철거해야 하는 비용치고는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동원한 사실상의 입장권 강매도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입장권을 지역 기업과 학교 등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서울까지 원정을 가 관람객을 유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직위는 현재 65억 원어치의 입장권을 판매했지만 목표 판매액 400억 원에 크게 못 미쳐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손 벌리는 행사 한계

도시축전 총예산은 1360억 원. 시비 250억 원, 국비 120억 원을 빼고 난 예산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권 판매 수입 외에 기업에서 후원 및 기부금을 받고 있다. 조직위가 정한 후원 및 기부금 목표액은 430억 원으로 지금까지 8개 업체가 300억 원을 냈다. 하지만 조직위 측은 “후원업체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얼마를 냈는지 구체적인 후원 금액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감사는 “대규모 개발사업과 사업 용지에 대한 용도변경 등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에서 후원금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인권 조직위 경영재정실장은 “도시축전은 당초부터 시민들이 낸 세금을 최대한 쓰지 말고 자체 사업과 후원을 받아 치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전 국민이 찾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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