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돌이킬수 있는 운명은… 창작 뮤지컬 ‘시간에’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창작 뮤지컬 ‘시간에’(작·연출 김병화)는 시간여행이라는 공상과학(SF)적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와 접목시킨 독특한 뮤지컬이다. 세 차례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계를 구입한 3명의 남녀가 각각 실연, 죽음,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내용을 달콤쌉싸름하게 담아냈다.

만난 지 2년 되는 날 실연당한 은행원 지수(권정현), 나이 마흔에 말기 암에 걸려 한 달밖에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명운(주홍균), 경찰을 피해 살아가는 소매치기 현실(차혜정). 서로 다른 삶을 사는 3명의 남녀는 우연히 같은 버스에 탔다가 3번의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계를 구입한다. 이들은 100억 원의 로또복권에 당첨된 명운의 집에서 다시 모였다가 각자의 삶을 뒤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우연이 남발하는 극 초반부는 다소 산만하지만 이들이 시간여행을 떠나는 중반부터는 비교적 탄탄한 구성과 발랄한 아이디어로 관객친화력을 높였다. 여기에는 이들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개성 만점 캐릭터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지수의 남자친구 시현(윤덕현)은 매력적 눈웃음과 달콤한 목소리로 여성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명운의 아내 이팔자(윤수미, 전승혜)는 육감적 몸매와 폭발적 노래, 코믹한 대사로 남성관객을 무너뜨린다. 미래에 현실과 사랑에 빠지는 경찰 역 등 1인 다역을 소화한 멀티 맨(김준겸)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순간이동 연기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운명을 바꾸려던 세 사람이 결국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스스로 그 운명을 수용한다는 내용도 관객들에게 한번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지난해 제2회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극의 축을 이루는 지수와 시현의 사연이 역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나비효과’(2004년)와 엔딩 장면까지 닮았다. 반면 지수와 명운과 달리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엿보이는 현실의 사연은 3번째 시간여행을 생략한 채 뜨뜻미지근하게 끝난다. 전체적 앙상블은 뛰어나지만 관객의 귓가에 맴도는 결정적 ‘한방’의 테마곡이 부족한 음악도 조금은 아쉽다.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티스탄홀. 02-786-313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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