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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장관 거쳐 다시 치과의사로… “이젠 시 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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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장관 거쳐 다시 치과의사로… “이젠 시 쓰고 싶어”

입력 2009-07-02 18:22수정 2009-09-2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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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북촌 한옥 치과에서 만난 김영환 원장. 그는 '가난하면 아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진료 문화 개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e-믿음치과

"멋 부렸다고요? 인테리어 비용 낮춰 무료 진료 합니다" 김영환 e-믿음치과 대표원장

'나는 부끄러웠다

주방장 아들로 이빨에 고춧가루,

짜장면 냄새가 난다고 놀림을 받던 아주 어린 시절' (김영환 의 시 '회상' 중에서)

1973년 동생들의 학업과 집안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채 김영환 원장(53)은 치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연세대 치과대학에 입학한다. 김 원장은 의사의 길을 준비하면서 질병은 가난을 따라다닌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난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8개 병원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e-믿음치과를 통해 그는 먼 길을 돌아와 자신의 꿈을 차곡차곡 이루어가고 있다. 1977년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되었던 그는 전기기사, 시인, 15·16대 국회의원, 과학기술부 장관을 거쳐 치과의사로 돌아온 것.

김 원장은 북촌 한옥치과, 성북 정원 치과, 안산 창고 치과, 역삼 카페 치과 등 독특한 병원을 선보이며 진료 문화 개혁을 꿈꾸고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북촌 한옥치과. 정원을 가로질러 그림이 다수 걸린 갤러리에서 김 원장과 마주 앉았다. 사실 고급스런 문화적 취향이 반영된 듯한 멋들어진 병원이 그의 진료 철학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너무 멋 부렸다고요? 병원을 세울 돈이 부족해 인테리어 비용을 낮춰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대신 상상력을 발휘해 예술적 감성이 스며들도록 설계한 것이죠."

김 원장은 최근 병원들이 인테리어에 과도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치솟고 과잉진료가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개원 비용 30~40%가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이죠. 인테리어 비용을 반으로 줄이면 진료원가 20%는 줄일 수 있습니다. 과잉 시설 때문에 의사들이 과잉진료의 유혹에 쉽게 무너집니다."

소위 '이를 때운다'는 보철 치료만 해도 의사들이 보험이 되는 아말감보다는 금이나 레진을 권하다 보니 몇 천원 하던 진료비가 10~20만원까지 훌쩍 뛰었다. 그러다 보니 치과를 찾는일을 부담스러워 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정치 민주화'를 외치던 김 원장은 이제 누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의료 민주화'를 주장하게 된 동기다.

"돈을 좀 벌고 나면 진료 봉사를 나설 예정이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안산 치과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북촌 치과는 가난한 시인들을, 상록수 치과는 사할린 동포들을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직업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후대에 오래 남을 시를 하나 쓰고는 싶은데… 그래도 치과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요. '치통 치유' 얼마나 구체적인 보람입니까?"

병원을 작품으로 생각하니 붓이 저절로 그림을 그리듯 아이디어가 솟아난다는 김 원장. 마지막으로 다음에 세울 병원에 대해 살짝 귀띔해준다.

"병원 안에 북한산을 들여 놓는 것이지요. 치료를 받으려고 의자를 놓으면 백운대, 인수봉이 한 눈에 보이는 것이죠. 그런 장소가 있냐고요? 벌써 집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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