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정부가 30년간 대입을 주관했지만 제대로 된 게 없다. 정부가 손을 떼는 게 그 어떤 대입안보다 좋은 안(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학입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대학 자율기구인 대교협은 현 정부의 대입 자율화 공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입시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나 정부는 대교협을 들러리로 이용하려는 듯이 보인다. 손병두 전 대교협 회장이 지난주 물러나면서 “자율과 경쟁을 강조했던 정부의 교육정책이 규제와 통제로 역(逆)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할 만하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의 고통이 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을 없애는 큰 방향으로 가야 옳다. 이 회장은 “고교 1학년도 공교육의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학년별 내신 반영비율 같은 것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과 학교평가를 강화하고 교원평가제도 도입해야 한다. 교육 그 자체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자율화가 물 건너가고, 교육정책이 오락가락 변질되어서는 공교육 살리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인재를 뽑고 기를 권한과 책무를 대학이 갖도록 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선진국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30년 전 정부가 대입에서 손을 놓고 대학자율에 맡겼으면 몇 년간 좀 혼란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지금쯤은 매우 경쟁적인 대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공교육은 창의적 글로벌 인재 후보군을 키워 낼 책무가 있고 정부는 공교육을 엄격히 관리 감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