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신 일률규제 말라’는 대교협 회장 말 수용해야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은 어제 ‘고교 내신을 대학입시에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사교육 억제 대책의 하나로 고교 1학년 내신을 대학입시에서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 회장은 또 현행 고교 내신 9등급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여의도연구소의 방안에 대해서도 ‘바람직하긴 하지만 내신 부풀리기의 우려 때문에 고교와 대학이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정부가 30년간 대입을 주관했지만 제대로 된 게 없다. 정부가 손을 떼는 게 그 어떤 대입안보다 좋은 안(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학입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대학 자율기구인 대교협은 현 정부의 대입 자율화 공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입시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나 정부는 대교협을 들러리로 이용하려는 듯이 보인다. 손병두 전 대교협 회장이 지난주 물러나면서 “자율과 경쟁을 강조했던 정부의 교육정책이 규제와 통제로 역(逆)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할 만하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의 고통이 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을 없애는 큰 방향으로 가야 옳다. 이 회장은 “고교 1학년도 공교육의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학년별 내신 반영비율 같은 것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과 학교평가를 강화하고 교원평가제도 도입해야 한다. 교육 그 자체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자율화가 물 건너가고, 교육정책이 오락가락 변질되어서는 공교육 살리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인재를 뽑고 기를 권한과 책무를 대학이 갖도록 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선진국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30년 전 정부가 대입에서 손을 놓고 대학자율에 맡겼으면 몇 년간 좀 혼란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지금쯤은 매우 경쟁적인 대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공교육은 창의적 글로벌 인재 후보군을 키워 낼 책무가 있고 정부는 공교육을 엄격히 관리 감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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