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재 “이들을 보면 안다”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경제는 전문성… 사정기관은 충성심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18일 귀국함에 따라 인적 쇄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 핵문제와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 경제위기 극복 등에 매진해야 할 때로 현재로선 개각을 구상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지만 여권 일각에선 개각 및 청와대 개편설과 함께 이 대통령이 어떤 유형의 인재(人才)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

[1] 전문성을 강조한 ‘윤증현형’

1월 개각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윤증현 장관이 발탁된 것은 전문성을 따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윤 장관이 경제 분야에서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이 대통령은 별다른 고민 없이 윤 장관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전문성이 고려됐다고 한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물러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민승규 농식품부 차관도 ‘윤증현형’에 속한다. 윤증현형은 주로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많다. 하지만 전문성과 능력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도덕성을 상대적으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들이 검증에서 자주 낙마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적극성을 높이 산 ‘박영준형’

이 대통령은 “일해본 사람이 접시도 깨는 것”이라며 우선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해보기도 전에 ‘안 된다’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난 지 6개월도 안 돼 내각으로 복귀한 것도 박 차장의 이런 적극성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도 ‘박영준형’에 속한다. 이 대통령은 일을 스스로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인재를 높이 평가한다. 국가비전 같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자리, 이견을 조율해가며 조직 기강을 잡는 자리에 ‘박영준형’이 발탁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런 형은 너무 적극적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3] 충성심을 강조한 ‘원세훈형’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모든 인사권자가 그렇듯이 이 대통령도 사람을 쓸 때 충성심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올해 초 발탁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한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원 원장이 국정원장 하마평에 오를 때 입을 모아 “충성심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이 ‘원세훈형’에 가깝다. 하지만 충성도를 강조하다 보면 자신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 중에서 인재를 찾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4] 연륜을 중시한 ‘최시중형’

이 대통령은 아주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을 선호한다. 국정운영에서는 연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거나 저항과 반발이 거센 국정 어젠다를 다루는 자리에 연륜 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경향이 있다.

신문과 방송 겸업,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적이다. 한승수 국무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최시중형’으로 꼽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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