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안타깝다]따돌림… 열네살 소녀의 슬픈 고백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미안해, 스이카/하야시 미키·다산책방

2006년,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심란했다. 회사를 떠난 선배가 기획해 놓고 간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 책을 기획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애정도 덜했다. 게다가 굵직한 문학상을 받았다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도 아니었다. 이 책을 썼을 때 작가의 나이가 겨우 열네 살이었다니…. 1998년 청소년 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팔레트노벨상의 특별상을 받았다는 사실 정도가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원고를 읽는 동안 ‘문학’에 대한 내 편견은 단박에 무너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따돌림에 시달렸던 14세 저자의 경험담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그동안 따돌림을 방관했던 친구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심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저자가 아픔을 겪던 당시에 쓴 이야기라 그 아픔이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원고를 읽은 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물었다는 팔레트노벨상의 어느 심사위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고를 읽고 나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돌림은 한국에서도 일상적 문제여서 이 책이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린 나이에 쓴 책이지만 문장이 거칠거나 문학성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많이 읽을 것 같다,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두 마음을 갖고 판매 목표를 5만 부 이상으로 세웠다. 광고와 마케팅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 1만 부를 넘기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따돌림을 대부분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그래서 이런 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냐는 자평이 나왔다.

하지만 따돌림은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다른 모임에서도 도사리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이 어린 소녀의 고백에 모두들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담긴 이 작품은 누군가에겐 분명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정지영 다산책방 편집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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