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시아 언론인들의 역사를 바꾼 특종들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The News-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오귀환 옮김/324쪽·1만6000원·아시아네트워크

1998년 영화배우 출신의 정치인 조지프 에스트라다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취임 1년도 채 안 돼 대통령의 부패와 방탕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하룻밤에 100만 달러를 잃을 수 있는 철야 마작 파티를 즐기고 여성 4명과 무절제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 그러나 필리핀에서 이런 소문을 취재하고 탐사하는 진지한 시도는 없었다.

여기자 4명이 조직한 필리핀탐사저널리즘센터가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과 가족의 불법 취득 자산, 주식 처분 법규 위반, 카지노 부정 등 대통령 탄핵 근거가 되는 헌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이 취재는 수천 명의 시민을 거리로 불러 모았다. 2001년 에스트라다는 물러났다.

이 책은 이처럼 아시아 기자들이 밝혀낸 아시아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필리핀 인도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기자 9명이 ‘특종’을 들려준다. 이들이 누벼 알린 현장의 진실은 때로 서양 언론들이 먼저 알아낸 것처럼 둔갑되기도 했다. 서양 언론들이 이들을 인터뷰해 기사를 가로챈 것이다. 그렇게 해서 CNN, BBC 등에서 보도된 아시아 뉴스는 아시아 밖의 시각으로 다뤄졌다. 마치 아시아에는 기자들이 없는 것처럼.

이 책은 현장을 누비며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아시아 기자가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2001년 네팔 왕세자가 인도인 피가 섞인 네팔 유력 정치인 딸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 국왕 등에게 총을 쏴 왕족 8명을 죽였다. 네팔 정부가 이 사건 보도를 금지해 대부분 언론이 침묵한 상황에서 이 사건의 전말을 꼼꼼히 취재해 보도한 네팔 언론인 쿤다 딕시트 씨, 1984년 인도의 화학공장에서 독가스가 누출돼 1만5000명이 사망한 사건 이전부터 이 공장의 위험성을 지적해 온 인도 언론인 라즈쿠마르 케스와니 씨, 1998년 오사마 빈 라덴과 단독 인터뷰해 빈 라덴이 미국에 대한 테러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사실을 보도한 파키스탄 언론인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씨 등의 열정 어린 취재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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