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운명 심장병 母子 기적같은 동시 이식수술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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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점선 씨(왼쪽)가 심장 이식을 받기 전 병원 내 소아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들 전호진 군을 돌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문점선 씨(왼쪽)가 심장 이식을 받기 전 병원 내 소아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들 전호진 군을 돌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심장의 수축 능력이 떨어져 피를 뿜어 주지 못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모자가 하루 차이로 각기 다른 장기기증자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아 새 생명을 찾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두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확장성 심근병증을 동시에 앓고 있던 문점선(41·경북 구미시) 씨와 문 씨의 아들 전호진(12) 군의 심장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24일 밝혔다.

남편 전창규(48) 씨와 두 아들을 둔 문 씨는 2002년 사지 근육위축증과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지난해 7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뇌사자 심장이식을 등록했다.

그런데 선천성 난청(귀머거리·장애2급)을 갖고 있는 전 군도 지난해 12월 폐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어머니와 같은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완치가 어려운 병이어서 문 씨에 이어 전 군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모자가 함께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3일 문 씨에게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에게 심장을 기증받을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다.

그러나 문 씨는 “나는 괜찮으니 어린 아들이 먼저 이식수술을 받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의사들에게 애원했다.

뇌사자 장기기증 순서는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낙담하던 문 씨는 “호진이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겠다”며 울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절한 모정이 통했을까. 전 군도 하루 뒤인 24일 오후 다른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아 무사히 수술을 받은 것이다.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는 “모자의 사정이 너무 딱했는데 둘 다 천금 같은 이식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며 “4∼6주 후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편 전 씨는 “아내가 호진이의 이식수술 소식을 듣고 ‘너무 좋다’는 말을 거듭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전 씨는 현재 휴직 중이어서 1억 원에 이르는 심장이식 수술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큰 걱정이다.

그러나 전 씨는 “돈보다 가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일도 해낼 것”이라며 “아내와 아들이 건강해지면 가족여행을 꼭 한번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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