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두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확장성 심근병증을 동시에 앓고 있던 문점선(41·경북 구미시) 씨와 문 씨의 아들 전호진(12) 군의 심장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24일 밝혔다.
남편 전창규(48) 씨와 두 아들을 둔 문 씨는 2002년 사지 근육위축증과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지난해 7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뇌사자 심장이식을 등록했다.
그런데 선천성 난청(귀머거리·장애2급)을 갖고 있는 전 군도 지난해 12월 폐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어머니와 같은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완치가 어려운 병이어서 문 씨에 이어 전 군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모자가 함께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3일 문 씨에게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에게 심장을 기증받을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다.
그러나 문 씨는 “나는 괜찮으니 어린 아들이 먼저 이식수술을 받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의사들에게 애원했다.
뇌사자 장기기증 순서는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낙담하던 문 씨는 “호진이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겠다”며 울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절한 모정이 통했을까. 전 군도 하루 뒤인 24일 오후 다른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아 무사히 수술을 받은 것이다.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는 “모자의 사정이 너무 딱했는데 둘 다 천금 같은 이식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며 “4∼6주 후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편 전 씨는 “아내가 호진이의 이식수술 소식을 듣고 ‘너무 좋다’는 말을 거듭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전 씨는 현재 휴직 중이어서 1억 원에 이르는 심장이식 수술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큰 걱정이다.
그러나 전 씨는 “돈보다 가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일도 해낼 것”이라며 “아내와 아들이 건강해지면 가족여행을 꼭 한번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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