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윤재 수사, ‘권력형 비리 의혹’이 핵심이다

  • 입력 2007년 8월 31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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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세무조사를 받는 건설업자와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만남을 주선한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 대해 보완수사를 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어정쩡한 자세로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듯하던 검찰이 일단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뒤늦게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세금 브로커’ 행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수사할 뜻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가 “그는 이미 사퇴할 예정이었다”면서 사표 수리로 뒷마무리를 하려고 한 걸로 보아 검찰의 소극적 수사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세무조사를 무사히 넘긴 건설업자 김상진 씨 및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과 동석했다가 1억 원이 오가기 직전 자리를 떴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뇌물이 오고 가리라는 점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뇌물방조죄의 적용이 가능한데도 검찰은 그냥 넘겼다.

정 전 청장은 권력실세의 청탁을 화끈하게 들어주려는 의도였는지 탈세 제보자의 신원까지 알려줘 건설업자가 제보자의 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라면 김 씨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준 정 전 비서관에게 어떤 사례를 하지 않았는지, 철저한 수사를 벌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 전 비서관을 소환도 하지 않고 수사를 끝냈고, 청와대가 정 전 비서관의 사표 수리는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점에 비추어 검찰의 손발을 묶어 놓은 세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김 씨가 54억 원의 신용보증을 얻어 62억 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 주택건설 실적이 전혀 없으면서 2500억 원 규모의 아파트 1440채 공사 사업주체(시행사)가 된 데 대해서도 건설업계에서는 미스터리로 보고 있다. 재향군인회가 부실 중소기업에 재개발 사업자금으로 220억 원을 선뜻 투자한 경위도 이상하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하겠다고 해놓고 곁가지만 치는 식으로 끝내선 안 된다. 보완수사가 아니라 본격적인 재수사를 해야 옳다. 검찰이 이번에도 권력형 비리 의혹을 철저히 캐지 못하면 정치권이 제안하는 대로 특검에 넘기는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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