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 2000이닝… 염의‘마지막 염원’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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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서 한자리 승수 투수 전락 롯데 염종석

“답답하네요. 팀 4강 진출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30일 전화기로 들려오는 롯데 투수 염종석(34·사진)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롯데가 6위에 머물며 4강 진출의 꿈이 멀어져 가는 요즘, 그는 지금 20여 일째 2군에 머물러 있다. 과거에도 재활을 위해 잠시 2군에 내려간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오랜 기간 2군 생활을 한 것은 처음이다.

“1군과 2군은 천양지차예요. 연습량도 많고 경기도 오전 11시, 오후 1시에 열리죠. 거기에 후배들이 보고 있으니 고참으로서 부담이 크더군요.”

○ 데뷔 첫해 영광도 잠시 부상의 늪

염종석의 올 시즌 출발은 좋았다. 4월에만 2승에 평균자책 1.29를 거두며 ‘부활’을 예고했다.

왼쪽 발을 천천히 올려 몸을 비틀면서 공을 던지는 투구 폼으로 바꾸면서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가 나왔고 슬라이더도 예리하게 꺾였다.

하지만 5월에 2승 4패(평균자책 3.44), 6월 3패(평균자책 12.00)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이달 4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는 1과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 6실점하며 무너졌다. 올 시즌 4승 8패에 평균자책 4.94.

염종석도 자신의 부진을 인정했다.

“6월부터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면서 대량 실점하는 등 경기가 잘 안 풀렸어요. 조바심이 생기다 보니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자신감도 잃어버렸죠.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하고 열렬히 응원해 준 롯데 팬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게 미안할 뿐이죠.”

그러나 염종석은 “아직도 후배 선수들과 달리기를 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팔이 부서지도록 던지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 체력엔 자신 “갈매기 다시 날고 싶다”

염종석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100승과 2000이닝 목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일 현재 통산 93승 132패 14세이브에 1766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탈삼진 1000개 목표는 6월 29일 삼성 전에서 달성(역대 20번째)했고요. 나머지 100승과 2000이닝을 채우고 은퇴하고 싶어요. 아직 염종석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죠.”

1992년 프로에 데뷔해 17승 9패 6세이브로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은 주역이자 그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염종석. 1993년 10승 10패 7세이브를 거둔 뒤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한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염종석이 ‘비운의 투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다시 부활투를 던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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