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인단 사기극’도 흥행 위해 벌인다는 신당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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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유령 선거인단이 무더기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당은 대리접수 의혹 등이 내부에서 불거지자 28, 29일 선거인단 등록자 89만여 명 전원을 대상으로 자동전화시스템을 이용해 본인 등록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22만3000여 명이 ‘가짜’로 드러났다.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가 대신 접수시켰거나 선거인단 등록 신청서에 적힌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모두 엉터리였던 것이다. 심지어는 일부 당 출입기자들까지 본인도 모르게 선거인단으로 등록됐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종이당원 사태’ ‘박스 떼기 등록’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선거인단으로 다음 달 3∼5일 예비경선을 하고 15일부터 한 달가량 본선을 치러 당의 대선 후보를 뽑겠다니 참으로 낯이 두꺼운 사람들이다. ‘위장폐업 신당 사기극’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선거인단 사기극’까지 벌이고 있다.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선거인단 수를 늘리려고 전화번호가 결번이거나 당사자가 확인 전화를 받지 않은 경우까지도 선거인단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명색이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급조한 당이라고 하지만 이 무슨 추태인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선거인단 등록은 개인정보 무단 사용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이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민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더 문제다.

그런데도 일부 후보는 “경선 성공을 위해서는 ‘참여의 폭발’밖에 없다”며 이를 정당화했다. 말이 좋아 ‘참여의 폭발’이지 경선 흥행과 9명의 주자 중 5명을 뽑는 예비경선 컷오프 통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인단 수를 늘리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4년 반 동안 국정을 쥐락펴락했으니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그동안 국민을 힘들게 한 데 대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흥행’을 위한 쇼는 이제 그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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