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회사, ‘영화계 큰손’ 데뷔하다

  • 입력 2007년 8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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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KT, 배급업 진출 ‘충무로 지각변동’

충무로의 파워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영화시장에 뛰어들고, 유선 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1위 업체인 KT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영화제작사 사이더스FNH는 연내 배급업에 진출한다.

또 메가박스가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고 직배사가 한국 영화 배급에 뛰어드는 등 외국계 자본도 움직이고 있다.

이로써 삼성 대우 등 대기업의 영상사업단이 대기업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초를 닦은 이후, 투자-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을 장악해 온 CJ엔터테인먼트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주도하던 한국 영화시장에 통신과 외국계 자본의 도입이 큰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 “다양한 콘텐츠 확보”…외국자본들도 지분 확대

최근 영상사업부를 신설한 SK텔레콤은 코믹액션물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등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첫 투자 배급작을 고르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무선 인터넷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극장뿐 아니라 케이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모바일 등을 통해 배급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극장 인수를 지금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IHQ의 최대주주이며 IHQ는 자회사로 제작사 아이필름을 두고 ‘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에도 투자하고 있다.

7월에 인터넷(IP) TV 서비스를 시작한 KT는 자회사인 올리브나인(드라마 제작사)과 사이더스FNH를 통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에만 1500억 원을 투자한다.

배급업에 진출하는 사이더스FNH 윤상오 이사는 “우리가 제작하는 영화를 모두 배급하며 다른 회사 영화의 배급 대행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 제작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배급사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는 만큼 공격적으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밖에 4월 쇼박스와 공동투자 제작 배급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로 한국 영화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직배사 20세기 폭스 코리아는 추석 시즌 ‘상사부일체’의 배급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배급에 나섰다. 폭스 코리아 측은 “점유율이 10%는 넘어야 배급사로서 힘을 가질 수 있는데 한국시장에서 외화만으로 점유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나온 자구책”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직배사 소니픽처스와 브에나비스타가 합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폭스는 아시아권에서의 한국 영화 배급에도 뛰어든다는 계산이다.

○ “이미 세계적 트렌드… 영화계 재편 가속화”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보면 완전 경쟁에서 시작된 시장이 과점 형태로 가는 것이 산업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한국 영화산업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시각이 많다. 향후 몇 년간 영화 산업 전체가 굵직굵직한 몇 개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며 중소 제작사와 배급사는 도태되거나 큰 기업에 흡수되는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시장에 자본이 늘어나고 제작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영화가 모바일 등 뉴미디어를 통해 배급되면서 극장, DVD 등 기존 시장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사가 온라인 음악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가 이제 와서 권리 찾기에 나서며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음악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추계예술대 대학원 엔터테인먼트비즈니스학과 김휴종 교수는 “지금은 극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드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영화를 본다’는 극장의 개념이 바뀔 것”이라며 “통신회사의 콘텐츠 산업 진출은 세계적인 트렌드이므로 충무로도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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