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엿본 옆집에 연쇄살인범이… 영화 ‘디스터비아’

  • 입력 2007년 8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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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s the cat)’고 했던가.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이 그렇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짜릿하겠지만, 그 재미만큼의 위험을 담보하니까. 더구나 훔쳐본 이웃이 살인범이라면? 연쇄 살인범이 잡히고 난 뒤 TV에선 항상 그 이웃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로 나와 말한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고. 아무렴, 모르는 게 낫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디스터비아(Disturbia)’는 이런 ‘엿보기’와 ‘이웃에 대한 공포’를 소재로 한 스릴러다. ‘방해하다’는 뜻의 ‘disturb’에 현상 또는 공간을 의미하는 ‘-ia’를 붙인 합성어로 ‘평온하지만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외 언론에선 이 영화를,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없이 못 사는 인터넷 세대의 시각으로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을 재해석한 가벼운 스릴러로 평가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소년 케일(샤이아 라보프)은 교사를 때려 90일간의 가택 연금에 처해진다. 발목에 감시 장치가 달려 집에서 100 발자국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다. 지루한 그는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엿보다가 옆집 남자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데, 당연히 그에게 위험이 닥친다.

사실 매우 무겁게도 만들 수 있는 영화였다. 하루에 수백 번씩 폐쇄회로(CC)TV에 자신의 모습이 찍히고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된 이 ‘디스터비아’ 같은 세상에서 이건 우리 모두의 얘기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상황을 생중계하고 컴퓨터를 통해 녹화된 동영상을 분석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간간이 섞인 코믹 터치는 마치 청춘 영화 같다. 억지로 꼬아 반전을 만들지도 않는다. 경쾌하긴 하지만 놀라움을 기대하는 스릴러 팬에겐 싱거운 이야기일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총애를 받는다고 알려졌으며 최근 영화 ‘트랜스포머’로 친숙해진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는 특유의 약간 어벙한 듯한 매력을 풍기며 할리우드에서 ‘연기 되는 젊은 배우’로 평가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 준다. 그의 친구로 한국계 미국인인 에런 유가 영화 속에서도 한국인으로 나온다.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가 신선하지만, 옆집 연쇄 살인마 아저씨는 아무리 봐도 별로 안 무섭다. 12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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