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한바탕 꿈을 꾸다

  • 입력 2007년 8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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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한바탕 꿈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몽롱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현실은 이미 흘러가고 있다.

김강근 6단은 흑 117을 보고 돌을 던졌다. 돌을 던지는 것도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는 그마저 힘들었던 듯하다. 김 6단은 꿈을 꾸고 난 뒤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돌을 던졌다.

승부는 흑 79로 끊을 때 결정됐다. 흑 79는 흑 75와 백 76의 교환이 빚은 결과였다. 김 6단은 박정상 9단의 심리전에 말려들었다. 박 9단이 흑 75에 앞서 흑 77을 뒀다면 김 6단은 참고도처럼 중앙 쪽을 중시하는 작전을 폈을 것이다.

김 6단은 막상 흑 75의 잽을 보고 혼동했다. 그는 흑이 전투 모드에 들어갔다고 보고 백 76으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흑이 77로 살짝 틀어버리자 긴장하고 있던 백은 허탈해졌다. 백 76이 ‘패착’이라고 하는 것은 야박할 수 있다. 김 6단이 보였던 심리적 약점은 누구나 갖고 있고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게 프로기사에게도 영원한 숙제이다. 117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9분, 흑 2시간 26분.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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