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나 경찰이나 리더의 자질이 문제다

  • 입력 2007년 8월 29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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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순 경찰청장의 리더답지 못한 처신은 15만 경찰조직을 이끄는 데 문제가 있다. 경찰 총수(總帥)의 자질과 품성, 지도력은 상명하복 경찰조직의 특성상 임무 수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청장이 자신을 비판한 황운하 총경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3개월 감봉처분을 받게 한 것은 사감(私感)에서 나온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찰 중견 간부인 황 총경의 공개적인 청장 퇴진 요구는 조직의 기강 유지 측면에서 볼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이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부터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경찰관들의 입을 무조건 틀어막는 것이 기강 확립은 아니다. 건강한 내부 비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총수 자격이 없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대통령이 보호하려는 것은 경찰청장 개인이 아니라 경찰의 기강”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경찰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 청장의 사퇴는 불가피하다. 이런 사람을 경찰청장에 기용하고, 문제가 터지자 감싸기에 급급한 대통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의 적절한 인사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나 경찰이나 결국 리더의 역량이 문제인 것이다.

이 청장은 사건 발생 때 이미 진퇴를 스스로 결정했어야 옳았다. 그는 국회에서조차 한화 측과 통화를 하고 회동한 사실을 부인했으나 거짓말로 밝혀졌고, 한화 측 관계자와 골프를 친 일까지 드러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자신은 쏙 뺀 채 수사 간부들만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의뢰해 내부의 반발을 사고, 경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최근엔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독불장군식의 취재 원천봉쇄 조치를 감행함으로써 민주경찰 총수로서 자격 미달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경찰청 시민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있다가 이 청장의 행태에 실망해 사퇴했다는 명진 스님은 “거짓말을 했고 양심을 버렸기 때문에 도덕성을 갖춰야 할 경찰의 총수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청장에게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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