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세 번째 파업한다니…” 기막힌 울산시민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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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협상을 타결하면 울산 시민에게 음식값의 10%를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28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음식업중앙회 울산 남구지부 회원 20여 명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의 파업 계획 철회를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 약속이다.

이들은 매년 반복되는 현대차 파업 때문에 ‘현대차 불매운동’이 거론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또 “울산 ‘토종기업’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현대차가 국민의 외면을 받고 극단적인 위기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며 현대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 모임의 회원 점포 4000여 곳 중 250여 곳이 이날까지 음식값 할인 행사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울산개인택시조합도 30일 무분규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조합 백형선 이사장은 “현대차가 올해 무분규로 타결한다면 3500여 회원이 현대차 구입 운동을 펼치고 승객들을 상대로 ‘현대차 홍보맨’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산 시민들의 이런 염려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다음 달 4일부터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 1월 성과급 삭감 항의 파업,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파업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다.

시민들은 현대차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조 적립금 5억 원으로 북한에 옥수수 국수 공장을 지어 주기로 한 데 대해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울산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시민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웃인 울산 시민의 요구는 끝내 외면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북한 주민을 위해 거액을 쓰다니…”라며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지역에 사는 한 현대차 고객은 “올해도 파업하면 차를 외제차로 바꿔 버리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언하고 다닌다. 지역 시민들의 바람을 노조가 계속 외면한다면 지역사회가 현대차를 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설립 20주년을 맞는 현대차 노조는 최근 13년 연속 파업을 해 왔고, 다시 세 번째 파업을 준비 중이다. 과연 이 회사 노조가 언제까지 지역 시민들의 참을성을 시험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울산에서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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