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적과의 동행’… 군사 핫라인 논의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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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군사 분야에서도 숙원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중국의 차오강촨(曹剛川) 국방부장은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및 올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방일에 이은 것. 국방부장으로서는 1998년 츠하오톈(遲浩田) 부장 이후 9년 만의 방일이다. 고위급 국방회담으로는 2003년 9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 장관의 방중 이후 4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싸늘해도 경제는 뜨겁다)’에서 최근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바뀐 양국 관계가 군사 분야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서로 손짓하는 양국의 속내가 다른 데다 상호 불신의 뿌리도 깊어 군사 고위 당국자의 상호방문과 교류가 군사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배경, 일정 및 의제=차오 부장은 방일 이틀째인 30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신임 일본 방위상 및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31일엔 해상 및 육상 자위대 부대도 시찰한다.

이번 방일은 올해 4월 일본을 방문한 원 총리의 제의에 따라 시작됐다. 최종 결정은 후 주석이 직접 내렸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후 주석은 8월 15일 아베 총리와 일본 각료 대부분이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뒤 방일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의 방중 당시 합의한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의 일환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계속되면서 2003년 9월 이래 중단된 고위급 국방회담을 재개해 군사교류를 다시 활성화하고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도다.

회담의 공식 의제는 군사 핫라인 개설과 양국 함정의 상호 방문이다. 양국은 가장 큰 난제이자 무력 충돌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댜오위(釣魚) 섬(일본명 센카쿠 열도) 해역에서의 충돌을 사전 방지하기 위해 핫라인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또 함정의 상호 방문을 통해 신뢰를 쌓아 갈 방침이다.

▽서로 다른 양국의 속뜻=이번 방문에 거는 양국의 기대와 속뜻은 크게 다르다.

중국은 방문의 의미를 무엇보다 대만의 독립 행보 견제에 두고 있다. 대만이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유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등 독립행보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주변 국가부터 단속하자는 것.

차오 부장이 대만의 북쪽 끝에 위치한 일본과 남쪽 끝에 위치한 필리핀을 동시에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일본과 필리핀이 직접 개입하거나 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다.

중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의 ‘중국 포위망’에 일본이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반면 일본은 급속히 군사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군사력 투명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최근 국제사회에서 고조되는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기 위한 노력도 촉구할 방침이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는 전년보다 17.7% 증가한 3509억 위안으로 19년 연속 10% 이상 늘었다. 이 국방비에는 신무기 개발비가 빠져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실제 국방비가 발표수치의 2, 3배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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