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외압' 엇갈린 해명에 커지는 의혹

  • 입력 2007년 8월 28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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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학위 사건을 둘러싼 '외압 무마' 논란이 27일로 나흘째를 맞고 있으나 실체 규명의 열쇠를 쥔 당사자들인 장윤 스님(56)과 변양균(58)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

특히 당사자들의 해명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인물들의 진술이나 해명이 서로 엇갈려 의혹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장윤스님 신정아 비호했나?=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장윤 스님이 지난 달 7-8일 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비엔날레 총감독은 학위가 조건이 아니지 않느냐. 기획전시력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냐'며 신씨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씨 가짜학위 파문으로 이사장직에서 사임한 그는 또 "장윤 스님이 전화를 건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신씨가 동국대 조교수에서 쫓겨나고 광주비엔날레 감독도 그만두게 돼 미안한 생각에 전화를 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전 이사장은 날짜를 못박지 않고 7-8일 께라고 밝혔지만 장윤 스님이 8일 변 정책실장과 만나 "회유"를 받고난 뒤 신씨를 비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장윤 스님은 1개월여 전인 지난 달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전 이사장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다른 설명을 했다.

장윤 스님은 당시 "한 이사장이 6일 전화를 걸어 왔길래 (신씨 비호세력과 관련됐는지) 의중을 떠보기 위해 '학위는 가짜라 하더라도 큐레이터로서 능력이 있으니 예술감독으로 쓰지 그러느냐'고 말했더니 '그런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며 펄쩍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 위원장이 먼저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실제로 예일대를 나온 김 모 이사를 통해 신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전해 듣고 이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런 정황에 미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문제는 한 이사장에게 위임된 일이긴 했으나 한 위원장은 가짜 학위 문제 등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전 이사장의 말과 당시 장윤 스님의 설명은 통화 내용에서는 거의 일치하지만 통화 시점과 전화를 누가 먼저 걸었는지, 그리고 신씨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게 된 배경 등에서는 서로 엇갈리는 셈이다.

◇ 동국대 해명 곤혹 =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각에서) 대학 동문과 참여정부 근무 등을 들어 변 실장과 연결시키려 하는데 한국사회에서 한두 가지 연관이 안 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신씨 사건'과 관련해) 변 실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신씨가 6월25일 제출한 사표를 반려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신씨가 제출한 사표를 직접 보여주면서 6월 중순께 신씨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허위라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지도 반려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 총장은 이어 지난달 2일 한진수 부총장과 영배 이사장이 교계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씨의 학위는 문제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한 부총장에게 내사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단 측에 이를 통보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오 총장의 '해명'은 신씨가 7월 초 자신의 가짜학위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 파리로 출국하기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밝힌 내용과는 상당히 배치된다.

당시 신씨는 "사표를 낸 것은 홧김에 낸 것이고 진짜로 낸 것이 아니다. 학교 측에서 별 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고 밝혔다. 장윤 스님-한 전 이사장 간 '진실공방' 못지않게 파문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신정아 의혹' 검찰 수사 본격화되나 = '외압 무마' 논란이 의혹만 키우면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씨의 학위위조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의 임용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진 동국대 오모 교수와 정모 교수를 최근 소환해 조사한데 이어 신정아씨의 교수 임용을 결재한 홍기삼 전 총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압 무마' 논란의 진원지인 장윤 스님의 검찰 출석도 측근들을 통해 종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윤 스님과 연락이 닿는대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신씨 임용을 결재한 홍 전 총장에 대한 소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변 실장에 대해서는 장윤 스님으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면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임용 때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도 장윤 스님이 직접 나서 경위를 밝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라 보고 장윤 스님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장윤 스님의 측근들도 '사태 장기화는 좋지 않다'고 보고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표명하도록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 스님은 24일 아침 일찍 "서울을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일부 측근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상태다. 현재 휴대전화 전원도 꺼놓았으며 간간이 측근 스님들에게만 연락을 해오고 있다.

한편 변 실장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정치권 등에서 변 정책실장의 '외압 무마'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사건의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변 실장과 관련해 무차별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청와대 뿐 아니라 변 실장 본인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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