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4개 대학 추천 가능성=26일 법무부에 따르면 그동안 첨예한 쟁점이었던 로스쿨 설치 대학의 기준을 ‘고법 관할 구역당 1개’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인가 대학은 내년 10월 교육부에서 최종 결정한다.
현재 고등법원은 서울을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5곳에 있다. 따라서 법무부는 지방에는 4개 대학 정도에만 로스쿨을 설치하도록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충청권, 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권 등 4대 권역별로 1개 대학에 로스쿨 인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국의 광역시 및 도에 모두 로스쿨 인가 대학을 두면 너무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는 대학별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로스쿨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로스쿨 인가 대학을 선정하되 규모는 적정선으로 한정해 6, 7개가 적당하다고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6, 7개 대학이 대상으로 일단 거론될 수 있다는 것.
법무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서울과 지방을 합친 전체 로스쿨 유치 대학 수는 10여 개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1일 입법예고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 시행령’에는 대학당 입학 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법무부 제안대로라면 전체 로스쿨 입학 정원은 1500명을 약간 넘는 적정 수준에서 조율될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로스쿨 대학을 인가하고 정원을 정하는 것은 교육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처럼 로스쿨이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현재 74개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돼 있고 전체 입학 정원은 5800여 명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30개 안팎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각 대학의 사활을 건 로비에 밀려 인가 대학이 예상보다 2배가 넘었다. 그 결과 1년에 변호사 시험에 1명도 합격하지 못하는 로스쿨이 속출하고 있고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48%에 불과하다.
로스쿨 입학정원에 대해선 기관·단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로스쿨 도입을 계기로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려면 로스쿨 입학 정원이 3000명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시민단체는 로스쿨의 첫해 입학정원은 3200명으로 하고 점차 4000명 이상으로 늘려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립대 총장협의회는 24일 임시회의를 열어 “로스쿨 모집 총정원은 최소 2500명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00∼2500명을 적정 규모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직 로스쿨 정원 적정 규모를 내놓지 않고 있다.
▽변협, “현실적인 안을 마련할 것”=반면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변협은 3월 성명서를 통해 “로스쿨 제도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3년을 공부한 뒤 변호사시험을 거쳐야 하는 엄청난 고비용, 저효율의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4월에는 로스쿨을 도입하는 대신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강화하고 사법연수원을 폐지하는 대신 변호사연수원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의 입법청원을 내기도 했다.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변협은 “새로 도입되는 로스쿨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로스쿨의 적정 정원은 다른 기관이나 단체의 절반 수준인 1000∼1200명이 적당하다는 견해를 그동안 밝혀 왔다.
그러나 이진강 변협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변협이 조만간 좀 더 현실적인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적정 인원을 다소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변협은 이번 주에 로스쿨위원회 회의를 연 뒤 로스쿨 정원에 대한 의견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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