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기연]‘명품 서울’ 교통혼잡 해결에 달렸다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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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평평해진 세계(The World is flat)’에서 지적했듯 선진국의 대표 도시는 지리적 유동성이 크게 높아진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의계층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이라는 책에서 미래 도시의 경쟁력이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 금융가와 같은 창의계층을 얼마나 많이 도시의 상시 거주민으로 유인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 요소로 깨끗한 도시환경과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필수 요소로 제시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대기오염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으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인이 찾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대기환경 문제 및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교통 혼잡 문제에 근본적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 도시마다 나름대로 계획을 마련해서 노력하지만 영국 런던은 혼잡통행료 제도를 통해 세계적 명품도시로 재탄생했다. 2003년 2월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공약대로 런던 중심가 20km²를 대상으로 5파운드(약 1만 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런던의 교통량은 20% 줄고 대기오염물질도 13% 이상 감소했다. 우려했던 도심 경제의 침체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집값이 10% 이상 상승하고 런던 금융시장이 급성장했다. 리빙스턴 시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재선공약은 2007년부터 혼잡통행료를 도심에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최근 런던과 뉴욕을 방문하고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혼잡통행료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핵심 공약은 서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여는 것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수준의 대기오염과 도심 평균속도가 시속 10km대에 불과한 교통 혼잡으로 세계 도시경쟁력이 87위인 상황에서는 공약을 도저히 실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반영인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서울시 만족도 조사에서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 문제가 항상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청계천 복원, 버스 운행체제 개혁 등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혼잡통행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상지, 액수, 시간대와 징수 방법 등 기술적인 사항을 차치하고 무엇보다도 변칙적인 징세수단이라는 의구심과 저소득층에 불리하다는 비판의 벽을 넘어야 한다.

통행료 수입을 합리적으로 재투자하면 설득이 가능하다. 수입금 중 제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빼고 전액을 대중교통 개선에 써서 승용차를 포기한 시민에게 더욱 편리한 대체수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지불한 통행료를 교통카드에 입력하고 일정기간 내에 운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요금지불에 사용하도록 만드는 크레딧 통행료 제도도 있다.

이 두 가지는 혼잡통행료가 단순히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승용차를 타도록 유도해서 도시 문제를 해소하는 제도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큰 산을 넘을 수 있다면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지 않다. 혼잡통행료를 확대해 서울시가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황기연 홍익대 교수·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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