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아버지, 당신의 40대는 즐겁습니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중략) - 김현승 詩 ‘아버지의 마음’ 중》

23일 오후4시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즐거운 인생’(제작 영화사 아침·타이거픽쳐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스타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높은 기대와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시사회에는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어 준비된 표가 일치감치 동이 났고 ‘황산벌’ ‘라디오 스타’로 이 감독과 연을 맺은 배우 박중훈이 30분간 무대 인사를 진행하며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얘기는 간단하다. 대학시절 락밴드 ‘활화산’을 결성하며 우정을 나눈 4인방은 20년 뒤 리더 ‘상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고 잊혀졌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태운다. 하지만 두루뭉술해진 배만큼 이제 이들은 내 멋대로 살기엔 짊어진 짐이 너무 많은 40대의 중년.

퇴직 후 집에서 눈치 밥 먹는데 익숙해진 백수 ‘기영’(정진영)과 자식 학비를 벌고자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성욱’(김윤석), 아내와 자식을 함께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는 잠시나마 ‘아버지’의 꼬리표를 떼고 음악을 통해 ‘즐거운 인생’을 꿈꾼다.

여기에 죽은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오늘날의 20대를 대표해 새롭게 ‘활화산’에 합류하면서 ‘자유와 반항’의 상징인 록음악을 통해 ‘보수적인’ 기성세대와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소통하는 것.

이준익 감독은 “저 역시 40대이고 제 나이에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며 “영화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얘길 하고 싶어 40대 주인공을 내세웠다. 그리고 ‘현준’과의 합주를 통해 40대와 20대의 일치감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 ‘라디오 스타’와의 비교에 대해 “‘라디오 스타’가 과거라면 ‘즐거운 인생’은 현재”라며 “한물 간 가수를 통해 과거에 그에게 음악이 무엇이었나를 논한 ‘라디오 스타’에 비해 ‘즐거운 인생’은 평범한 생활인의 오늘 속에서 음악은 무엇인가를 말한다”고 비교했다.

주연을 맡은 ‘연기파’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도 모두 40대. 이들 역시 “캐릭터에 깊이 공감했다”며 동년배의 이야기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연기에 있어 ‘베테랑’인 삼총사조차 극중 공연 장면을 앞두고 엄청난 부담이 밀려왔다고.

기타를 담당한 정진영은 “연기보다는 4~5번의 공연을 위해 계속 모였던 것 같다”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고 베이스를 친 김윤석은 “한달 반 동안 연습하고 크랭크 인했는데 정말 죽어라 하니 나중엔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이더라”고 놀라워했다.

드럼을 연주한 김상호는 “이 영화를 통해 만 3살 된 제 아들에게 ‘니가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그게 바로 아름다운 꿈’이라고 말해 줄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가 한결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준익 감독은 ‘즐거운 인생’보다 한주 먼저 개봉하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감독 박영훈, 제작 미디어아지트·모프ENT)에 대한 짤막한 생각도 전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삶에 지친 40대 남성이 밴드를 결성해 인생의 활력을 찾는다는 줄거리이기 때문.

“모든 영화의 소재는 동시대의 대중적 현상이 잠재돼 있어 때론 간헐적으로 시차를 두고 발췌하기도 하지만 때론 동 타임에 발췌하기도 한다”는 그는 “사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보다는 미스터 칠드런의 ‘호두나무’ 뮤직비디오와 비슷하다는 얘길 듣고 그쪽에 검토를 요청, 스페셜 땡스로 자막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눈물’ 대신 ‘웃음’으로 이 시대의 아버지를 되짚어 본 ‘즐거운 인생’은 9월13일 개봉한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동영상= 이호진 PD 2856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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