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정권의 언론탄압,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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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충복(忠僕)들이 저지르고 있는 언론자유 말살 책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과 한 배를 탔던 이른바 진보단체와 친노(親盧)매체들조차 ‘국민의 알 권리를 억압하는 역사의 반동’ ‘언론을 정부의 2중대로 만들려는 발상’이라고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맹목적 하수인들은 기자들의 정부 부처 취재를 제도적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려고 기자실 폐쇄, 브리핑룸 통폐합, 공무원 면담취재 봉쇄, 사실상의 공무원 취재 감시 등 어리석은 짓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자들에겐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도록 하거나 기자 출입을 막기 위해 혈세(血稅)로 경비원을 늘리는 일까지 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정보 통제 획책이다. 5년 한시적으로 국정을 위임받은 정권이 사적(私的) 적개심에서 언론의 정보 접근권을 박탈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기본권(알 권리)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언론에 대한 탈레반적 폭거(暴擧)는 20년 전 우리 국민이 힘겹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진(後進)시키고 있다. 국민이 투명한 정보를 근거로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자면 알 권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자유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언론탄압 사태를 단순히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권력 남용(濫用)이 부른 민주주의의 위기는 곧 나라의 위국(危局)이다.

민주화 背反하는 국민 알 권리 침해

언론자유 침해는 민주주의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악행이다. 허영 명지대 초빙교수는 “현대 헌법이론은 언론자유를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심적 메커니즘’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취재하는 기자의 통로를 차단하려는 기도(企圖)는 21세기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자들을 브리핑룸에 가두려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기자들에게 받아쓰기나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정부가 실정(失政)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데도 앵무새가 되라는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1992년 ‘정보에 대한 접근, 수집, 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한국문인협회는 일련의 정부 조치로 정보에 대한 충분한 접근이 불가능해 정보 통제사회가 될 수 있음을 심히 우려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석연 변호사는 “반(反)헌법적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는 대통령, 국정홍보처장, 경찰청장은 마땅히 탄핵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증오에 가까운 대(對)언론 적대감, 자유언론에 대한 인식 부족, 언론을 홍보도구나 정략적 게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줄기차게 드러내 권력과 언론 간의 소모적인 대결만 부추겼다. 이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언론사 상대의 소송 남발, 신문 판촉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과징금 부과, 비판신문과의 인터뷰나 기고 금지, 비판신문에 공기업 광고 안 주기 등 숱한 언론탄압을 자행했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이 정권의 언론탄압의 특징은 합법을 가장한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私感이 공무원의 本業까지 왜곡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반론을 공표할 다양한 통로를 갖고 있고, 소송 제기만으로도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듣기 때문에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을 언론과의 전쟁으로 내몰아 이 정부가 낸 언론중재신청 건수는 김대중 정부 때보다 월평균 7배나 많다. 언론중재신청은 힘없는 국민의 피해를 구제해 주자는 것인데 정권의 언론 괴롭히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우리 언론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 종사자들은 노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 사람들의 치졸한 언설과 야비한 수법에 직업인으로서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노 정권의 언론탄압은 합법과 개혁을 가장해 취재원에 대한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하고, 막말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언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역사상 어떤 독재정권의 언론탄압 수법보다도 교활하고 악랄하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매체 수용자인 독자나 시청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국가의 불법행위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벌어지는 수치스러운 야만 행위다.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펑펑 쓰는 정권이 다른 어느 민주국가에 또 있는가.

방관하는 정치인, 民主말할 자격 없어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여(與)든 야(野)든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대의(大義) 앞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대선주자들도 이 정권이 벌이고 있는 언론탄압에 대해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언론을 향한 무지막지한 테러를 방관하는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도, 국가경영을 수임할 자격도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시대착오적인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의 알 권리 수호에 앞장설 것임을 거듭 다짐한다. 언론자유를 되찾아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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