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주자들 ‘李검증’ 열올릴 자격 있나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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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민주신당 조찬모임열린우리당과의 합당으로 원내 제1당에 복귀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초선의원들과 조찬간담회를 열었으나 불참자가 많아 여기저기 빈자리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썰렁한 민주신당 조찬모임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으로 원내 제1당에 복귀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초선의원들과 조찬간담회를 열었으나 불참자가 많아 여기저기 빈자리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서 먼저 다루기엔 너무 전문적

李통일 ‘서해교전 반성’ 발언도 납득안돼”

21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범여권에도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 때와 같은 치열한 검증 공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은 2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자 일제히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라며 이 후보에 대한 날을 세웠다.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정체성 공방을 제외하면 정작 범여권 주자 상호 간의 검증은 시작될 기미조차 없다.

철저한 검증을 하기에는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민주신당은 불과 2주일 후인 다음 달 3∼5일 예비경선을 치른다. 본경선이 끝나는 10월 14일까지도 두 달이 채 안 남았다.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가 인선에서 검증까지 4개월 정도 걸린 것을 고려하면 당 차원의 검증은 이미 어렵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27일 경선 후보 등록을 받는 민주당도 10월 7일 경선 투표일까지는 40일밖에 시간이 없다.

두 당이 각각 후보를 선출하고 난 뒤 예상되는 후보단일화 추진 기간에도 선출된 각 당 후보 간 검증 공방은 어려울 것이라고 양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단일화를 하자는 마당에 서로 흠결을 부각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추진 때의 경험이다. 그렇다고 범여권 주자들에게 검증해야 할 사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3·1절 골프 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시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등 관련 인사들의 잇따른 거짓 해명으로 낙마한 일도 그중 하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999년 7월부터 13개월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납한 사실 등이 알려져 한나라당으로부터 ‘절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일이 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2005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6·25전쟁을 북한의 통일전쟁으로 평가했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구속하려는 데 반대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파동을 낳기도 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부친의 친일 문제가 논란이 돼 의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얽히고설킨 후보들 간의 출신 배경도 철저한 상호 검증의 제약이 되고 있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유 전 장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 전 장관 등은 모두 현 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냈다. 총리나 장관 재임 시절 정책 문제를 꺼내 검증 공방을 벌여 봐야 서로 득이 될 게 없는 처지다.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한 전 총리, 유 전 장관도 상호 공방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외부인인 손 전 지사가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 문제를 지적하기도 어렵다. 열린우리당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신당의 한 예비주자 캠프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검증해야 할 대상은 소속 당 후보들인데 검증 칼날은 오히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로 향하고 있다”며 “상대당 후보에 대한 검증은 경선이 끝나고 본선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범여권 주자 대부분은 한나라당 이 후보에 대한 경쟁적 공세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전술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범여권이 시간에 쫓겨 경선 주자들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 후보만 물고 늘어지려는 것은 ‘검증 무임승차’로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율 한 자릿수인 범여권 대선주자 10여 명이 한나라당 이 후보 검증에만 매달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범여권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 정부의 정보 장악력을 이용해 한나라당 이 후보의 ‘약점’을 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범여권에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경선 과정에서 서로 간의 치열한 검증을 통해 완성된 후보를 만들어 내는 방법뿐”이라며 “장영달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한 방에 보낼 자료가 있다’고 무책임하게 말했듯이 상대당 후보에 대해 무책임한 폭로, 불법 자료에 의한 의혹 제기 등만 난무한다면 결국 스스로 역풍을 맞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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