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노선-비주류 선택… 한나라 변화 시작됐다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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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당선이 확정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손을 번쩍 들어올려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의 혁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내 비주류인 이 전 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2452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 준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비주류를 선택한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당내 주요 경선 때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대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당의 정통성을 잇는 적자(嫡子)’나 대세론에 순응하는 선택을 했다. 개혁보다는 안정에 비중을 둔 선택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경선을 두고 ‘비정상적, 비이성적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날 전당대회는 달랐다. 한나라당은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서자(庶子) 이명박’을 선택했다.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비주류다. 제14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과 연을 맺었지만 당 주변을 맴돌았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는 탈락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당과는 거리를 뒀다. 이 전 시장이 시장직을 마치고 선거 캠프를 꾸렸을 당시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당내 의원은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정도였다.

이 전 시장은 또 안정보다는 개혁을 선호한다.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운 실용주의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체질을 바꾸려는 혁명을 시작한 것”이라며 “주류 비주류 구분이 없고 지역적 편향성이 없는 새로운 한나라당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깨끗한 선거 승복 문화 정착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 선언은 한나라당 당내 경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 지지율 1, 2위를 달렸던 두 주자가 거친 공방을 벌이면서도 경선을 완주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로 꼽힌다.

한나라당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선 결과 불복과 탈당이 빈번히 일어났다.

1992년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경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경쟁하던 이종찬 후보는 경선을 이틀 앞두고 일방적으로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탈당해 새한국당을 만들었다. 1997년 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는 이인제 의원이 경선에 불복한 뒤 탈당해 독자 출마를 했다.

나경원 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줬다”며 “한국 정치 선거 문화에 획을 긋는 전당대회였다”고 평가했다.

○민심에 빗장을 연 한나라당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432표 차로 졌다. 하지만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앞서 한나라당 후보가 됐다. 민심이 이 전 시장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한나라당에 민심의 물꼬가 터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 캠프 한 관계자는 “당심과 민심의 절묘한 균형을 이뤄낸 선거 결과는 화합하고 단합해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한나라당원과 국민의 열망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는 그동안 ‘그들만의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기 논리만 강요해 국민에게서 외면당한 1997년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2002년 대선 패배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진정한 혁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비록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일어났지만 당의 체질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서 나타난 박 전 대표에 대한 ‘표 몰아주기’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영남당이란 이미지를 반드시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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