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2위 후보들의 이례적인 정면승부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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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동안 치열하게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19일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투표와 여론조사로 대미를 장식한다. 대선 후보 TV토론회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1년여 동안 치열하게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19일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투표와 여론조사로 대미를 장식한다. 대선 후보 TV토론회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당도 실질적인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17일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사실상 레이스를 마감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경선 초반 각 후보가 내세웠던 정책선거 대신 검증을 내세운 각종 네거티브 캠페인이 넘쳐 났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빅2’ 주자가 경선을 완주했다는 데 정치사적 의미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던 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석명(釋明)은 충분치 못해, 일반 국민을 포함한 경선 선거인단에 후보 선택과 판단의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주에 의미가 있다’=경선 후보로 나섰던 고진화 의원이 중도 사퇴했지만 지지율 1, 2위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끝까지 경주를 마쳤다는 게 이번 경선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물론 그 전신인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민주정의당의 대선 후보 선출은 대부분 당 총재를 겸했던 대통령의 지명이거나 유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사실상의 ‘들러리 경선’이었던 게 사실이다.

2002년 이회창 전 총재는 최병렬 전 대표 등과 경선을 치렀으나 한나라당은 그해 초부터 사실상 ‘이회창 후보 체제’를 구축해 본격적 의미의 경선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1997년 대선 전에도 ‘9룡’으로 불리던 후보들이 군웅할거했으나 경선 때는 이미 ‘이회창 대세론’이 굳어졌다.

범여권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노무현-이인제 ‘빅2’ 후보가 접전을 벌였지만 이인제 후보가 도중 사퇴하면서 막판에는 반쪽짜리 경선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선거법상 이번 경선에서는 패배한 후보가 탈당하더라도 올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경선을 완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정책은 실종,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한나라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하면서 ‘공정 경선’ ‘정책 경선’을 다짐했지만 정책 경선에는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전 시장은 경제성장률 7% 등을 담은 ‘747’ 구상과 한반도 대운하를, 박 전 대표는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골자로 한 ‘줄푸세’ 정책을 내걸었지만 정작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의 관련 보고서 유출 과정과 배경을 놓고 정치 쟁점화됐다.

지난달 경선 선거 운동이 시작된 뒤로는 도곡동 땅, BBK(이상 이 전 시장),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련설, 영남대 재단 관련 의혹(이상 박 전 대표) 등이 경선의 이슈를 뒤덮었다. 이후 선거전은 의혹 제기→의혹 해명→또 다른 의혹 제기라는 악순환을 낳았고, 도곡동 땅 관련 의혹 등을 둘러싼 양측의 난타전은 상호 고소 고발로 이어져 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 검찰이 ‘합법적으로 개입’하는 자충수로 연결됐다.

이런 과정에서 양 캠프 간에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경선 후 같은 당을 꾸릴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일단 한나라당이 실질 경선 체제를 구축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고 싶다”며 “한나라당은 경선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백서 등을 통해 다음 경선에서는 검증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고, 당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빅2 건강관리 비법은▼

지난달 21일 대선후보 공식 경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들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지방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그 사이 4차례 TV 토론회도 열리는 등 후보들의 강행군이 계속됐다.

초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빅2’ 후보의 건강관리 비결은 뭘까.

이 전 시장은 보통 오전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지만 오전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난다. 일어난 뒤 집에 있는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이용해 30∼40분간 조깅을 한다. 부인 김윤옥 씨는 아침마다 녹즙 한 잔을 직접 갈아서 이 전 시장에게 준다.

목이 잘 쉬는 이 전 시장에게는 연설회와 토론회, 면담 등이 이어지면서 목 관리가 늘 고민거리다. 이 전 시장은 틈날 때마다 벌집에 함유된 천연 항생물질인 ‘프로폴리스’를 먹는다. 살구씨 기름을 작은 종이컵 3분의 2 정도 따라서 마시기도 한다. ‘숙면’을 취하는 이 전 시장은 모자라는 잠을 행사장을 오가며 차에서 보충한다.

박 전 대표는 복식호흡과 생수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는 복식호흡으로 단련이 돼 있어 목소리를 크게 해도 쉽게 목이 쉬거나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 항상 손에서 생수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신다. 평소 즐겨 하던 요가는 일정에 쫓겨 못하고 있지만 세 끼를 규칙적으로 챙겨먹는 것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커피보다 몸을 맑게 해 주는 페퍼민트 차를 가까이 하는 것도 건강 비법 중 하나다. 소식(小食)을 하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건강비법이다. 보약이나 건강보조 식품 등은 입에 대지 않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3위 경쟁 ‘자존심 싸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다툼에 가려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하지만 홍준표 원희룡 의원이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11일 본보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실시한 선거인단 대상 조사에 따르면 홍 의원은 대의원 0.7%, 당원 1.1%, 비당원 1.5%의 지지를 얻었다. 원 의원은 대의원 0.8%, 당원 0.9%, 비당원 2.1%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초접전인 셈이다.

경선 승리 가능성과 12월 본선 경쟁력에서도 두 주자는 거의 비슷한 지지를 얻고 있다.

누가 3위가 되느냐는 두 사람에겐 중요하다. 향후 당내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선인 홍 의원은 중진 의원으로서 당의 ‘허리’를 대표하고 있다. 반면 원 의원은 당내 소장파의 ‘리더’로 때론 한나라당 정서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원 의원이 일반국민에게, 홍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두 사람은 평소 다른 정치 노선 때문에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3위 자리는 두 사람에게 자존심 싸움이란 의미도 포함돼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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