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신용평가사…“무디스 등 서브프라임 늑장 대응”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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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의 여파로 세계적 신용평가회사들의 신뢰도에 불똥이 튀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피치가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에 늦게 반응한 것을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신용평가회사가 제때 위기를 경고하지 못한 것이 신용평가회사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를 EU가 조사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EU는 신용평가회사의 지배구조와 ‘이해상반 관계(Conflict of interests·회사와 고객의 이해가 어긋나는 관계)’, 신용등급 평가 방식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안토니아 모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의 부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거론됐던 것인데 신용평가회사들이 왜 그토록 늦게 반응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올해 3월 미국의 2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물론 이달 1위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도 사전에 경고하지 못했다. 일부 증권사는 위기 직전에 이들 업체의 신용등급을 올리기까지 했다.

EU는 내년 4월까지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엔 EU의 법 규정을 바꿔 신용평가회사의 지배구조와 등급평가 방식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휴가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의장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긴급 서신을 보내 “10월로 예정된 G7 정례회담 이전에 특별회담을 열어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공동 모색하자”고 제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편지에서 “금융위기 경보 시스템이 효율적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신용평가기관이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G7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편지에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제금융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평소 소신을 반영한 것으로 금융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영미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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