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빅2 캠프 ‘도곡동 땅’ 격돌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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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3일 앞둔 1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마지막 합동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S홀에 들어서고 있다. 양 캠프는 이날도 하루 종일 이 전 시장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였다. 변영욱  기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3일 앞둔 1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마지막 합동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S홀에 들어서고 있다. 양 캠프는 이날도 하루 종일 이 전 시장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였다. 변영욱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16일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촉발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논란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사흘 앞두고 양측은 더는 물러설 수도, 물러설 곳도 없는 듯 캠프의 화력을 총동원했다.》

<이 캠프>

李“하늘이 두쪽나도 내땅 아니다”

“朴측 불리하니 경선 무산 꾀하나”

이명박 전 시장은 16일 도곡동 땅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잇따른 의사 표명에 대해 “정권이 나를 낙마시키기 위해 갖은 공작을 다하고 있다”며 검찰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잘못된 정치검찰의 행태 바로잡아야”=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차장이 도곡동 땅이 이명박 땅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공식 확인하는데도 (검찰이) 의혹 흘리기로 언론공작까지 하는 이유는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찰이 (도곡동 땅과 관련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나를)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잘못된 정치 검찰의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가 장래를 결정할 기본 권리가 박탈되고 말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정치 검찰’이 누구인지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캠프 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인 정상명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전 시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경선 막판에 터진 도곡동 땅 논란을 둘러싼 검찰 수뇌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 캠프 내에서는 도곡동 땅 수사가 ‘제2의 김대업’ 수사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오전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을 담보로 한 대출금 일부가 이 전 시장 관련 회사에 투자됐다’는 검찰발(發) 조선일보 보도를 접한 뒤 “이럴 수는 없다”며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토로했다는 후문도 있다. 기자회견도 이 전 시장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정두언 기획본부장, 진수희 장광근 대변인 등 캠프 내 의원과 참모들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본사를 방문해 ‘보도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항의했고 조선일보가 조금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정 및 사과 보도를 했는데도 이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선대위원장도 반격에 나서=이에 앞서 박희태,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박 위원장은 “검찰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인데 이걸 잃어버리면 소금이 맛을 잃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이영배 씨 등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관리에 간여한 사람들을 다시 검찰에 출석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검찰이 김대업 사건을 수사했던) 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원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검찰이 어떻게 권력에 부화뇌동하면서 정치검찰이 되는지 똑똑히 봐왔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보 사퇴 요구는 현 정권과 공모’=이 전 시장 측은 도곡동 땅 논란이 불거진 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잇달아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현 정권과 공모한 것’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 전 시장은 “정상적인 투표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정권의 공작에 편승해 경선을 무산시키려는 기도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16일) 밤 TV 토론회 전까지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한 그의 언행 중 수위가 가장 높았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해 “후보 사퇴 촉구까지 한 사람들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느냐. 승복하지 않으면 탈당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와 관련 있다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가 갑자기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갖게 됐다는데 검찰은 왜 이 재산을 둘러싼 차명 의혹은 수사해 밝히지 않느냐”며 도곡동 땅 수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朴 캠프>

“재산 거짓신고땐 후보자격 상실

본선낙마 우려해 사퇴 요구한것”

박근혜 전 대표 캠프는 이명박 전 시장을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16일 도곡동 땅 차명보유 논란과 관련해 잇따른 기자회견과 논평을 통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은 이 전 시장’이라며 이 전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캠프 지역 조직들도 ‘이 전 시장 후보 사퇴 궐기 대회’를 개최하며 측면 지원했다.

캠프는 동시에 도곡동 땅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지은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수사 내용을 즉각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수사결과 추가 공개하라”=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제3자라고 에둘러 말한 것은 이 전 시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며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전 시장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홍 위원장은 “검찰이 내놓지 않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경우 이 전 시장을 본선에 진출시킨 뒤 후보 자격을 빼앗기 위한 음모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전 시장 캠프도) 검찰 발표를 가로막으면서 ‘감추지 말고 공개하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검찰과 이 전 시장 측을 동시에 압박했다.

김재원 캠프 대변인은 “검찰은 이미 모든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확보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곡동 땅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밝히자 “이상은 씨와 두 명의 재산 관리인들의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된다는) 동의서를 검찰에 제출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본선에서 낙마할 후보는 사퇴해야”=박 전 대표 캠프는 이 전 시장의 본선 ‘낙마’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며 이 전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홍 위원장은 “본선 중이라도 후보 자격에 문제가 생기면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르게 된다”며 “12월 눈밭 속에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검찰청 앞에서 시위하게 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만약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 뒤 도곡동 땅과 관련된 재산을 누락한 채 신고를 하고 검찰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시장이라고) 밝히면 후보 자격이 상실된다”며 “(이 전 시장이) 개심해서 도곡동 땅을 포함한 재산 신고를 모두 한다고 해도 그동안 국민을 속여 온 파렴치한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보 사퇴론을 확산시켜라’=캠프의 부산 선대위는 이날 부산시당 대강당에서 부산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국·구당 궐기대회’를 열고 이 전 시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17일에는 대구·경북 선대위가, 18일에는 서울 선대위가 각각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홍 위원장은 ‘후보 사퇴론’ 주장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이 “경선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데 대해 “당원과 대의원 사이에서 번지는 후보 사퇴 주장은 이 전 시장이 국민을 속인 채 (대통령) 후보가 된 뒤 후보로서의 법적 지위를 상실했을 경우를 우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위기 탈출을 위한 이 전 시장 측의 본질흐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캠프는 도곡동 땅 논란이 막판 역전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캠프 관계자는 “다소 침체돼 있던 캠프 분위기가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다”며 “막판에 다시 이슈화된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으로 ‘이명박 본선 필패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열세에 있는 대의원 지지율에서의 역전도 장담했다. 박 전 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마지막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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