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이 바둑의 승패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창호 9단의 승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9단이 최근 부진을 보이다 보니 의외의 승부도 나올 것이라는 호기심도 퍼져 있다.
초반 포석은 천천히 흐른다. 백 8, 10은 이 9단이 즐겨 쓰는 수법인데 서 4단이 거꾸로 쓰고 있다.
백 32로 참고도 백 1처럼 두면 흑 8까지 평범한 진행. 프로기사들은 뻔하거나 낡은 수법, 밋밋한 진행을 싫어한다. 그들에게도 한 판의 바둑을 멋지게 창조하려는 예술가의 기질이 흐른다.
백 36까지 패 모양이 생겼다. 초반이라 팻감이 없다. 흑 37로 짚어간 건 팻감을 만들려는 응수타진. 팻감이 생기는 걸 두려워해 백이 위축된다면 그 자체로 이득이다. 만약 백이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강수로 나온다면 팻감을 만든 뒤 패를 본격 시작한다. 자, 백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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