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황토공동체 이시화 회장 “靈체험하는 황토마을 짓습니다”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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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작업은 나의 본래 모습으로의 귀환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연친화적이고 지극히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 명상황토마을을 조성하는 이시화 씨. 황토로 지은 아쉬람과 이 씨 모두 그냥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됐다. 음성=윤영찬 기자
나를 찾는 작업은 나의 본래 모습으로의 귀환이다. 인간의 본성은 자연친화적이고 지극히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 명상황토마을을 조성하는 이시화 씨. 황토로 지은 아쉬람과 이 씨 모두 그냥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됐다. 음성=윤영찬 기자
개신교에서 말하는 성령의 임재, 불교에서 말하는 견성(見性)이나 본래면목(本來面目)의 공통점은 ‘나’를 찾는 것이다. 통념, 이해관계, 생존경쟁 등 세상이 만든 구조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나가 아니라 ‘참 나(眞我)’를 보고, 내가 생각을 부리고, 내가 나를 주관하는 것이다. 신과의 대화를 통해서든, 화두를 들든, 명상이나 기체조를 통해서든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지향점은 같다.

충북 음성군에 명상황토공동체(www.gudo.net)를 짓고 있는 ‘나를 찾는 사람들’(회장 이시화). 2000여 명의 회원 중 목사님도, 신부님도, 불자들도 있지만 종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음성군에 이런 오지가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빗줄기가 내리치던 14일 2차로 지방도를 따라 굽이굽이 차를 몰고 가니 황토 흙집으로 지은 독특한 이정표가 나오고 좁은 콘크리트길을 따라 더 올라가니 편안하게 생긴 보현산(485m) 앞자락에 작은 마을이 안겨 있다. 전체 가구라야 7채에 불과한 ‘너머창골’이다. 보현산은 낮지만 백두대간 금북정맥의 하나요, 금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것은 듬성듬성 시골집 옆에 세워진 3채의 작은 황토집이다. 그냥 황토집이 아니라 명상인들을 위한 아쉬람(고대 인도의 수행자들 초막)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곳에 명상마을을 조성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30여 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건물 안에서는 청소년들이 황토집 짓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예수회 소속 김영근(47) 신부가 경기 김포시에서 운영하는 ‘새샘터 청소년공동체’ 소속 학생들이다. 텃밭에는 잡초와 상추 가지 땅콩 쑥갓이 뒤섞여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무엇이 잡초고 무엇이 채소인지 구분도 경계도 없다. 농약도 쓰지 않고 잡초도 뽑지 않는 이른바 ‘태평농법’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진리란 무엇일까. 이 씨는 말했다. “인간의 본질 자체는 영(靈)입니다. 영성이든 불성(佛性)이든 다 영을 가지고 있지요. 거기에 공명진동을 일으켜 나를 깨우는 것입니다. 내면 속의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곧 명상이지요.”

명상공동체의 출발은 이 씨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출판사와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던 이 씨는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면서 경기 양평군의 산속으로 들어가 6년간 수련생활을 했다.

그 결론은 “순리대로 사는 삶, 자연 그대로의 삶”이었다. 그래서 ‘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했고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 자연적인 삶을 갈구했던 이들에게 너머창골은 성지가 됐다.

그런데 왜 황토집일까.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집에서 삽니다. 집이 잘못돼 있으면 몸이 잘못되고 정신이 피폐해지지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현대의 건축물은 너무 빳빳하고 각이 서 있습니다. 구태여 황토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흙과 돌로 지은 집은 우리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씨는 황토집을 직접 주인이 짓도록 권유한다. 집 짓는 것과 자기 몸을 짓는 것은 같고, 그것이 곧 명상과 수련의 일부라는 이 씨의 철학 때문이다.

이 씨의 모친은 교회 권사고, 동생은 목사다. ‘성령 임재의 체험’이 어떻게 그를 명상과 생태적 삶으로 인도했을까. “현상은 다르지만 실체는 같습니다. 불교나 기독교 증산도는 물론 신기(神氣)를 받은 사람들까지 공통점이 있다면 종교와 언어를 넘어서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것이지요. 산에 있다 내려오니 불교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데도 깨달음이 있더군요.”

음성=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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