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모델’ 염두…북핵문제 거론 회피 시사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빈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빈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盧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올초 “다 줘도 남는 장사”… 대규모 SOC지원 가능성

‘균형자론’ 재등장… 한미관계 다시 냉각될까 우려도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13일 앞으로 다가온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담겨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공고화하는 한편 남북의 공동번영을 앞당기며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겠다는 우회적 표현을 하면서 “이것만은 꼭 받아내라”는 부담을 지우지 말라 달라고 했다.

▽“‘쌍방향 협력’ 하겠다”=남북 정상회담의 의제 선정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해 왔던 청와대의 견해와 달리 노 대통령은 이날 이번 정상회담의 제1의제가 무엇이 될지에 대해 명확한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에게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는 경제협력의 기회가 돼야 한다”며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이른바 생산적 투자협력과 쌍방향 경협을 천명한 것.

정부 당국자는 “과거처럼 단기적,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경제원칙에 따라 투자하고, 북쪽의 경제발전이 다시 남쪽 경제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이어지는 상생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측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한 개성공단, 유무상통(有無相通) 원칙에 따라 4월 제13차 경제협력추진협의회 합의로 추진하고 있는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경협모델이라는 것.

하지만 정부의 구상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북핵 2·13 합의 직후 로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마셜플랜’을 거론하며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 줘도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몽골에서는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 조건 없는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핵 포기 결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데 대한 대답으로도 들리는 대목이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북핵 문제 등 남북 양측의 충돌이 예상되는 의제는 가급적 피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핵 포기 결단을 이끌어 내려다가 어색한 장면을 연출하기보다는 이미 국제적으로 합의된 틀인 6자회담의 합의문인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꺼내 든 균형자론=노 대통령은 이날 현 정부의 3대 외교안보전략인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의 성과를 자찬한 뒤 그 노력의 결실이 바로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2005년 4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동북아 균형자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전략적 위치와 중요성에 비춰 볼 때, 그리고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우리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질서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 당시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 주창에 대해 미국은 “동맹에서 이탈하려고 하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냉전시대의 낡은 틀인 북-중-러의 ‘북방삼각’과 한미일의 ‘남방삼각’의 틀에 더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슬그머니 균형자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민족공조를 한미관계 등 국제협력의 틀보다 우선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정상회담이 그동안의 국제사회를 통한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