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온파 의견충돌 가능성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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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 왜 말바꿨나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12일 재연됐다. 이날 새벽 외신이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인용해 ‘여성 인질 2명이 풀려났다’고 전했지만 몇 시간 만에 ‘석방을 보류한다’며 이를 뒤집는 보도가 나온 것.

이런 엇갈리는 보도 속에서 탈레반 측 발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아마디의 발언 일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그의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아마디는 (아프간도 아닌) 파키스탄 어딘가에서 입만 놀리고 있을 뿐”이라며 “탈레반은 언제나 서로 맞지 않는 발언들을 쏟아 낸다”고 비판했다.

아마디는 논란이 확산되자 “(석방 보류는) 일부 외신이 나의 말을 잘못 해석해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신이 인용한 그의 발언을 꼼꼼히 살펴보면 ‘통역 실수’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아마디는 11일 저녁 현지 통신사인 파즈와크아프간뉴스와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의 인터뷰에서도 “선의의 표시로 인질 2명을 석방했다”며 과거형 문장으로 상황을 전했다.

12일 새벽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인질 2명의 신병에 대해 “그들이 아직 합의된 인도 장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교통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 것도 바로 아마디였다.

이 때문에 아마디의 ‘오락가락 발표’는 내부적 혼선의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즉 탈레반 최고지도부인 지도자위원회와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가즈니 주 탈레반 세력, 한국 측과의 협상단, 나아가 대변인 사이에 의견 조율이 안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것.

인질을 잡고 있는 현장의 탈레반 강경파가 상부 결정에 반발해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파즈와크아프간뉴스는 인질 2명 석방에 대한 아마디 대변인의 발표를 전하면서 동시에 “가즈니 주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아부 만수르는 그의 발언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측 협상대표인 물라 바시르도 “수감자 석방 없이는 어떤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신뢰하기 어려운 아마디의 발언은 사태 초기부터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아마디 대변인은 7일에도 “여성 인질을 탈레반 여성 수감자와 1 대 1로 맞교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곧이어 이를 부인했다. “추가 살해는 없다”와 “더 죽일 수 있다”는 발언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동시에 쏟아 내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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