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틀렸다" 美 서브프라임 책임규명

  • 입력 2007년 8월 12일 15시 43분


코멘트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국제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해 급기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9.11 테러 후 최대 규모로 개입하는 상황으로 비화된 가운데 미국에서 책임 규명 움직임이 가시화돼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은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그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의 '전이 효과를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밝혀온 것과 관련해 '버냉키가 틀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월가에서 커지기 시작한 것과 맞물린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5대 투자은행 가운데 골드만 삭스와 메릴 린치에 대해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여부를 조용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사에는 증권감독 당국인 금융산업감독청(FINRA)도 동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INRA는지난달 미증권업협회(NASD)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산하 감독 부문이 통합해 출범한 기관이다 .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SEC가 지난 회계연도 증권회사와 뮤추얼펀드, 그리고 다른 금융 컨설팅사 등을 대상으로 모두 2400여건의 불공정 여부를 조사해 이 가운데 223건의 불법 또는 편법 가능성을 밝혀냈음을 상기시켰다.

블룸버그는 SEC 조사에 대해 골드만 삭스와 메릴 린치, 그리고 FINRA측이 모두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골드만 삭스와 메릴 린치가 '첫 조사 대상'이라고 밝혀 향후 월가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10일자에서 SEC가 월가 투자은행 및 증권회사들을 대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 평가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조사한다고 보도했다.

저널도 골드만 삭스와 메릴 린치가 첫 대상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SEC 시장 규제팀이 월가의 대형 증권회사 모두와 접촉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규제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상원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운영 기준을 법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과 때를 같이한다.

상원 금융위의 크리스 도드 위원장이 블룸버그 TV 회견에서 "브로커들을 규제할필요성이 분명해졌다"면서 "모기지 상환 능력을 확인하는 틀이 필요하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11일자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 경색으로 "버냉키가 첫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FRB가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은행 등과 9.11 테러 후 가장 큰 규모로 시장에 개입한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내릴지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이 효과를 걱정하지 말라고 버냉키가 그간 거듭 발언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번 금융 위기를 계기로 월가에서 '버냉키가 틀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