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도로 열린우리당’으로…민주신당-열린우리 합당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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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양당 합당을 위한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양당 합당을 위한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범여권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10일 합당을 선언했다.

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합당에 합의하고 20일까지 통합을 완료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85석인 민주신당이 58석인 열린우리당을 흡수 합당하는 형태다.

▽돌고 돌아 제자리에=열린우리당은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합당을 결의하고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하면 143석의 원내 1당이 출현하게 된다. 한나라당 의석수는 128석.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통합한 뒤의 민주신당에서 과거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사람을 제외하면 남는 의원은 김효석 이낙연 김홍업 채일병 의원 등 민주당 출신 4명뿐이다.

올해 1월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139명 중 임종인 의원을 제외한 138명은 모두 민주신당으로 가게 된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중도통합민주당 출신 의원 중 ‘김한길 그룹’은 올해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 통합민주당을 거쳐 민주신당에 합류했으며, 신중식 의원은 2005년 9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꿨다가 이번에 민주신당으로 옮겼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 열린우리당 소속 대선주자들도 민주신당에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신당 대선주자 중 열린우리당 출신이 아닌 사람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뿐이다.

합당 예정일인 20일이 3분기(7∼9월) 국고보조금 지급일 이후라 두 당은 국고보조금을 5억 원가량 더 받는 효과도 누리게 됐다.

3분기 국고보조금 지급일인 14일 민주신당이 받게 될 보조금은 15억여 원, 열린우리당이 받을 돈은 19억여 원이다. 두 당의 보조금을 합하면 35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만일 두 당이 14일 이전에 합당을 해서 의석수와 17대 총선 득표수 등에 따라 3분기 국고보조금을 받을 경우 예상액은 29억∼30억 원이다.

▽신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다른 원내 정당들은 두 당의 합당 선언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순도 98%의 ‘도로 열린우리당’을 완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화려한 사기극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간판만 새로 달면 될 것을 창당이다, 통합이다 법석을 떨며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보는 사람들 혼을 빼놓고 국정 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신당 소속 강봉균 조배숙 의원 등 김한길 그룹과 이종걸 최재천 의원 등 26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음 한구석에 ‘밤새 걸어 제 집 안마당’ ‘다람쥐 쳇바퀴’ 등의 허망함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무 반성도 없이 친노 본류들의 합류를 허용한다면 사기극으로 비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신당 관계자는 “민주신당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손 전 지사 지지 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이 모두 있다”며 “‘잡탕 정당’이라고 하면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또 비판하는 것은 일관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이 민주신당 합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민주신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따로 따로 진행한 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신당은 다음 달 3∼5일 대선주자 예비경선을 치를 계획이다. 민주신당 이목희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다음 달 3∼5일 예비경선을 실시하고, 본경선은 다음 달 15일부터 실시해 10월 14일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9, 10월 후보를 선출해 11월경 민주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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