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화의 뿌리는 어디까지…‘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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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나얀 찬다 지음·유인선 옮김/576쪽·2만5000원·모티브북

세계화(Globalization)는 요상한 말이다. 정치적인 색채가 잔뜩 묻었나 하면, 시끌벅적한 유행어이기도 했다. “그릇된 희망의 날조”(사회운동가 수전 조지)로 깎아내려짐과 동시에 “시대의 호흡”(앤 크루거 국제통화기금 수석 부총재)으로 떠받들어진다.

1961년 ‘웹스터 사전’에 처음으로 등재된 이래 세계화는 롤러코스터를 탄 감자였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숭배와 저주를 오갔다. 그러나 저자는 ‘시각의 수정’을 제안한다.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역사와 생활에서 의미를 찾는다. “세계화의 계보.” 책 제목처럼 지구촌을 형성해 온 역사 자체에서 세계화의 그림자를 뒤진다.

그렇게 보면 세계화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이뤄졌다. 아담과 이브가 아프리카에서 ‘이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세계화는 이미 시작됐던 것이다. 무역상은 세계화의 가장 큰 주역이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넘었든 인터넷으로 파도를 넘었든. 재화와 자본으로 지구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전쟁의 부정적 요인을 걷어 내면 정복자가 이끈 전사들도 세계를 연결한 선구자였다.

탐험가와 선교사는 또 어떤가. 이유는 달라도 땅과 항로를 개척했다. 미지의 세계를 익숙한 동네로 바꿔 놓았다. 과거의 탐험가는 이민자와 관광객으로 변신해 세계를 누빈다. 신념을 전파하는 비정부기구와 활동가들은 21세기 선교사다. 세계는 그렇게 하나로 묶이고 있다.

이 책은 DNA와 종교, 커피에서 인터넷 바이러스까지 다루지 않는 게 없을 정도다. 세계화란 렌즈를 통해 펼쳐지는 만화경(萬華鏡)이다. 김치마저 세계화와 연결지을 땐 경이롭기도 하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이전에 알려진 여러 정보(information)를 ‘세계화’라는 의제(agenda)로 다시 묶어 보려는 이유는 뭘까. “세계화가 조화로운 방향으로 통합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한다. 해답은 독자의 몫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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