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쪽 기계 폭발로 대피 못해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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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왕 화장품용기 공장 화재 피해 왜 컸나

8일 오후 발생한 경기 의왕시 화장품 공장 화재의 희생자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고령 여성 근로자였다. 사고 당시 이들은 245m² 넓이의 공장 3층 작업장 안에서 화장품 케이스를 코팅하는 야간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후 8시 35분경 출입구 쪽에 있던 대형 코팅가열기가 갑자기 폭발해 불꽃과 유독가스가 쏟아져 나오며 출입구를 막자 사상자들은 다급한 나머지 반대편인 창가 쪽으로 대피했다.

이어 연쇄적으로 작업장 중앙에 있던 기계까지 폭발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시너 등 강한 인화물질이 3층 작업장 내부에 유증기 형태로 가득 차 있다가 코팅가열기에서 불이 나자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초기에 건물 밖에 있던 회사 관계자들이 소화기 등으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 때문에 더 빨리 대피하거나 119에 신고할 기회를 놓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에 플라스틱 용기가 타면서 배출된 유독가스에 이들은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 전문가들은 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공기 중 산소가 절반 이하로 빠르게 감소하며 이 상태에서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곧바로 정신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 중 이숙자, 김근중 씨 등 5명은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졌으며 이 중 안봉순 씨를 제외한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임옥희 씨 등 3명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으나 8m 정도 아래에 있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임 씨를 제외한 2명은 숨졌다.

이날 사망한 박형순 씨의 둘째 아들 이덕희(40) 씨는 “어머니가 하루 14시간씩 고된 일을 하면서도 올해 초 정식 직원이 돼 기뻐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W산업은 8명의 여성 사상자와 남자 직원 3명 등 전 직원 11명에 연매출 8억 원대의 중소기업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사상자에 대한 보상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왕=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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