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고위접촉’ 먼저 제의 → 北 “수뇌 상봉하자”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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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서 교환김만복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5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2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양측 배석자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사진 제공 청와대
합의서 교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5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2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양측 배석자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사진 제공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논의는 지난달 초부터 급물살을 탔다. 정부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통일전선부는 남측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정보기관이다.

정부의 제안에 대해 북측은 지난달 29일 김양건 부장 명의로 ‘8월 2∼3일간 국정원장이 비공개로 방북해 달라’며 김 원장을 공식 초청했다.

김 원장은 8월 2, 3일 1차 방문에서 김 부장에게서 ‘8월 하순 평양에서 수뇌 상봉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중대 제안 형식이었다.

김 원장은 3일 서울로 돌아와 노 대통령에게 즉각 북측의 새로운 제안 내용을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 원장은 ‘북측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4∼5일 다시 방북길에 올랐다. 이 친서는 김 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

김 위원장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김 원장과 김 부장은 5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막후 접촉은 그 이전부터 다양한 공식, 비공식 채널로 이뤄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북측이 이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한때 비선 접촉이 있었으나 올해 초부터는 양측 정보기관이 주축이 된 공식 채널이 막후 접촉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이 라인의 협상 파트너는 국정원 3차장 휘하 대북전략국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었다. 2000년 6·15정상회담이 남북한 비선 채널인 ‘박지원-송호경’ 라인의 물밑 접촉에 의해 진행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올해 북핵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튼 2·13합의는 남북 간 접촉 채널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또 6월 말 북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가 해결되고, 차기 6자회담의 후속 일정이 잡히면서 남북 관계에 불어온 ‘순풍’이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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