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안에 대해 북측은 지난달 29일 김양건 부장 명의로 ‘8월 2∼3일간 국정원장이 비공개로 방북해 달라’며 김 원장을 공식 초청했다.
김 원장은 8월 2, 3일 1차 방문에서 김 부장에게서 ‘8월 하순 평양에서 수뇌 상봉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중대 제안 형식이었다.
김 원장은 3일 서울로 돌아와 노 대통령에게 즉각 북측의 새로운 제안 내용을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김 위원장의 ‘OK’ 사인이 떨어지자 김 원장과 김 부장은 5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막후 접촉은 그 이전부터 다양한 공식, 비공식 채널로 이뤄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북측이 이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한때 비선 접촉이 있었으나 올해 초부터는 양측 정보기관이 주축이 된 공식 채널이 막후 접촉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이 라인의 협상 파트너는 국정원 3차장 휘하 대북전략국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었다. 2000년 6·15정상회담이 남북한 비선 채널인 ‘박지원-송호경’ 라인의 물밑 접촉에 의해 진행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올해 북핵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튼 2·13합의는 남북 간 접촉 채널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또 6월 말 북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가 해결되고, 차기 6자회담의 후속 일정이 잡히면서 남북 관계에 불어온 ‘순풍’이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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