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캐릭터로 본 회담…‘저돌’과 ‘은둔’ 사이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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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fighter)와 몽상가의 만남?’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논의될 의제 못지않게 두 정상의 독특한 캐릭터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자신보다 16세 많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시종 예의를 갖추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창안자’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네 살 적은 데다 직설적이고 논쟁을 좋아하는 ‘싸움닭’ 스타일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1인 독재체제의 최고 권력자로서 다소 몽상가 기질이 있는 ‘부잣집 아들’ 성향이다.

특히 상대방이 권위적으로 나올 경우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노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가령 노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이고 공세적인 화법에 대해 김 위원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면 회담 분위기가 썰렁해질 수 있다는 것.

두 정상이 최고 권력에 오른 과정도 대비된다. 노 대통령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정계에 입문해 낙선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의 아들로 태어난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상무위원, 당비서 등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학력도 노 대통령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해 상고 졸이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했다.

노 대통령은 잦은 해외 순방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지만, 김 위원장은 일체의 활동을 숨겨 ‘은둔의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반면 두 정상 모두 과감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밤새워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남한의 경제 정치적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개인적 성향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 대통령도 이번 회담이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이고 회담 장소가 평양인 점을 감안해 자신의 캐릭터를 분명히 드러내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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