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언론 “메르켈, 당신은 뭘 했수?”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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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무기를 파는 동안 메르켈(사진) 총리는 독일의 이익을 위해 뭘 했나?”

6일자 독일 주간 슈피겔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직격탄을 퍼부었다. 최근 몇 주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독일로서는 충격이었기 때문.

프랑스는 리비아에 억류된 불가리아 간호사를 석방시키는 데 막판에 개입한 대가로 리비아에 핵 발전소와 무기를 팔기로 했다. 미국도 이란에 대항할 힘을 중동에 키워 준다는 구실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스라엘에 수백억 달러의 무기를 팔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차기 총재엔 프랑스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취임이 거의 확실시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유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4자의 중동 특사로 파견될 예정이다. 독일로선 모두 경쟁국들이 위상을 한껏 높이는 소식이다.

독일이 더욱 기분 나쁜 일은 이런 소식을 하나같이 신문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는 것. 슈피겔은 “아무도 독일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전화하지 않았고 사전에 알려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며 세계 정치 무대에서 ‘외톨이’가 되어 가는 독일의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독일은 유럽을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EU의 기후 보호 계획 마련에 앞장서면서 미국을 압박했으며 유럽 미니조약 체결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독일이 실속 없는 일에 ‘반장’ 역할을 잘해 칭찬받는 동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200억 달러, 이집트에 13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았다. 프랑스도 밀란 대전차 미사일과 현대식 무선 통신 장비를 리비아에 팔아 쏠쏠한 이득을 챙겼다.

메르켈 총리는 중동에서 분쟁 해결사의 역할을 맡아 독일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를 특사로 임명해 독일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이 당시 EU를 대표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한마디 귀띔도 해 주지 않았다.

독일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담무쌍한 행보에도 격노했다. 불가리아 간호사 석방은 독일이 EU 의장국을 맡았을 때 거의 이뤄 놓은 것인데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인 세실리아 여사를 앞세워 막판에 자기 업적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

잡지는 “국제정치를 페어플레이로 한다면 독일은 몇 번이나 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비꼬며 “독일은 특유의 소심함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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